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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코로나에… 극장 생존 위협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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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영화산업 잠식 ‘충격파’

2020년 관객·매출액 전년 동기비 71%씩↓

CGV, 3년 내 직영점 30% 줄이기로

롯데시네마 등도 관람료 인상 검토

美 할리우드 극장업계도 재정난 허덕

“상황 지속 땐 일자리 3분의 2 실종”

세계일보

지난 19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의 한산한 모습. CGV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에 영화 관람료를 인상하기로 한 데 이어 상영관 감축에 나서기로 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영화산업을 잠식하고 있다. 특히 극장업계 타격이 심각하다. 관객 수가 감소하고 할리우드 대작 등 신작 개봉이 연기돼 관객들이 찾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관객 수는 4986만명, 매출액은 424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8%, 70.7% 급감했다.

CGV는 영화 관람료를 인상하기로 한 데 이어 상영관 감축을 골자로 한 자구책을 마련했다. 전국 직영점 119곳 중 35∼40곳을 3년 안에 줄이기로 했다. 손실이 큰 지점은 폐점에 나선다.

상영관은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주중에 상영 회차를 대폭 줄이고 일부 상영관은 주말에만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CGV 측은 “상반기에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며 “생존을 위해 상황에 따라서는 더 강력한 자구책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운영 시간 조정, 휴점이나 영업 중단은 이미 시행 중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관람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나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2% 줄었는데 3분기에도 어려움이 지속된 것으로 보고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가박스 관계자도 “관람료 인상은 오래전부터 검토해 왔으나 결정된 건 없다”며 “경영난 극복을 위해 상영관 축소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마운트 프로스펙트의 극장 AMC 랜드허스트 12의 썰렁한 모습. 미국의 최대 극장 체인 AMC도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마운트 프로스펙트=AP연합뉴스


세계 영화산업 본산인 할리우드 극장업계도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극장들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5% 이상 급감했다. 미국의 최대 극장 체인 AMC는 600곳 중 약 500곳을 재개관했지만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의 2위 극장 체인 리갈 시네마는 이달 초 무기한 폐쇄에 들어갔다.

전미극장주협회(NATO)는 지난달 말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중소 극장 약 70%는 파산 선고를 받거나 폐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 의회에 지원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협회는 “극장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며 “우리는 앞날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극장업계에서 일하는 15만명 중 상당수는 파트타임 종사자”라며 “현 상태가 계속되면 이들 일자리 3분의 2가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초 ‘테넷’ 개봉 시점과 맞물려 미국 내 극장들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테넷’이 기대했던 만큼 흥행하지 못하면서 ‘블랙 위도우’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드니 빌뇌브의 ‘듄’, ‘더 배트맨’,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등 대작들 개봉이 또 미뤄졌다. 이런 미국 상황을 틈타 중국이 세계 최대 영화시장 자리를 꿰찼다. 올해 중국 극장업계의 영화 흥행 수익은 지난 18일 19억9000만달러(약 2조2706억원)로, 미국(19억4000만달러)을 처음 넘어섰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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