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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환절기 체온 1도 내려가면 면역력은 30%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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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0월 중순 이후 아침 기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일교차가 10도를 웃돌고 있다. 일교차가 커지면 무엇보다 심장과 혈관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이 큰 혼란에 빠진다. 낮의 더위에 혈관을 확장시키려고 하면 추운 밤이 돼 체온을 떨어뜨려 버리고 추운 밤에 혈관을 수축시키면 낮의 더위가 체온을 올린다. 이처럼 자율신경이 혈관을 확장·수축시킬 때 혈관과 함께 혈압과 맥박수가 크게 변하고 기관지도 수축과 이완이 반복돼 심혈관·호흡기 질환이 급증한다. 기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우리 몸은 면역력이 떨어지고 바이러스 증식이 쉬워져 감기나 독감(인플루엔자)에 더 쉽게 노출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교차가 1도 증가할 때 사망률이 0.47% 증가하고, 특히 협심증과 같은 관상동맥성 심장질환(CHD)의 노인사망률은 1도 변하면 1.5~1.7% 늘어난다. 천식도 일교차가 1도 증가하면 입원율이 1.1% 늘어난다. 정상 혈압인 사람도 기온이 1도 내려가면 수축기 혈압이 1.3㎜Hg 올라가고 확장기 혈압은 0.6㎜Hg 높아진다.

올가을 환절기에 이어 겨울이 무서운 것은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심뇌혈관·호흡기 질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치명적이다. 방역당국도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만큼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이와 함께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수면, 절주(금주), 규칙적인 운동 등 올바른 생활습관을 지켜야 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환절기에는 과도한 운동을 삼가고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시키거나 하루 1ℓ 이상의 수분 섭취와 하루 8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환절기에 '코로나 집콕'으로 각종 질환 노출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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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서 가을·겨울로 이어지는 환절기에는 춥고 건조해 호흡기·심뇌혈관 질환과 함께 대상포진, 구순·구내염, 피부병·탈모병 등에 취약하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실내 거주가 많아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감(코로나블루·Corona Blue), 일조량 감소에 의한 골다공증 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29만5110명) 가운데 20.4%에 해당하는 6만252명이 심장질환이나 뇌혈관 질환, 고혈압성 질환 등 순환기 계통 질환으로 사망했다. 사망자를 월별로 보면 10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순환기 계통 질환 사망자 6만여 명 중 1월, 10~12월 사망자가 2만1442명으로 35.6%를 차지했다.

급격한 온도 변화는 돌연사로 이어지는 심근경색 발병에 영향을 준다. 독일에서 1995~2005년 급성 심근경색이나 심장 정지로 사망한 사람들의 데이터를 기상 상태와 함께 분석한 결과 평균 5일간 섭씨 10도가 떨어지면 심장질환 사망 위험도가 10% 증가했다. 따라서 심장질환 고위험군은 환절기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심근경색 고위험군은 가족 중에 심장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었거나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이다. 수면무호흡증이 있거나 흡연할 경우, 과도한 복부비만이 있어도 일반인보다 심장질환을 앓을 확률이 높다. 이런 고위험군이 심근경색을 예방하려면 우선 금연하고, 식사는 저염식에 덜 기름진 음식 위주로 바꾸는 게 좋다. 평소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음식량도 적절히 조절해 복부비만을 줄여야 한다. 과음도 삼가는 게 좋다. 추운 날씨에 외출할 때는 급격한 체온 저하를 위해 보온에 신경 쓰고, 가족력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심장혈관 건강을 확인해야 한다.

환절기는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의외로 대상포진에 걸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수두를 앓은 사람이 몸에 남아 있던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에 의해 피부에 물집이 발생하는 신경질환이다. 어릴 때 수두를 앓고 나면 이 바이러스가 신경세포에 잠복하게 되는데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을 재개해 신경 주변으로 퍼지면서 염증을 일으킨다. 신경섬유를 따라 피부에 물집과 발진이 띠 모양으로 나타나 대상(帶狀)포진이라고 부른다. 최근 대상포진은 20·30대 젊은 층(2014년 기준 18.4%)에서도 발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환절기를 맞아 감기 증상과 함께 강한 통증을 동반한다면 한 번쯤 감기가 아닌 '대상포진'인지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잇따르는 감염병, 건강한 면역력이면 '걱정 마세요'

감기에 걸렸을 때 어떤 사람은 하루 이틀 앓고 나면 거뜬히 낫는다. 어떤 사람은 한 달 내내 콧물과 기침으로 고생하지만 쉽게 낫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면역력(免疫力)' 때문이다. 환절기 때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30%나 약해지고 반대로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이 5~6배 강해진다. 감기는 낮은 기온 때문에 걸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계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우리 몸의 저항능력(면역력)이 떨어져 걸리게 되는 것이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등 200여 가지가 넘는 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몸의 면역력에 따라 빨리 낫기도, 오래 앓기도 한다. 독감과 코로나19 역시 면역력이 강하면 감염돼도 빨리 치유된다. 따라서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함께 몸의 면역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면역력은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에 저항하는 힘이다. 우리 주변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 질병을 일으키는 수많은 병원체가 공기 중에 떠돌아 다니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암세포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몸속에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몸은 '면역'이라는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암세포와 병원균을 물리치고 있다.

면역력은 서른 살을 넘어서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마흔 살이 지나면 급격히 하락한다. 40대부터 과로나 스트레스의 허용량이 조금씩 줄어들다가 50대를 지나면서 더욱 약화된다. 면역력을 높이려면 규칙적인 운동, 올바른 식습관,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식이요법도 중요해 색색의 야채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깨끗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면역력 증강에 좋다. 성인의 몸은 70%가 수분으로 돼 있으며, 물은 우리 몸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영양을 전신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적정한 체온(36.89도±0.34도)을 유지하는 것도 면역력 강화에 중요하다.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대사는 약 12%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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