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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한국일보 사설] ‘잘못된 경제성 평가’로 월성 1호기 폐쇄 결론 낸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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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 경제성 낮추고, 폐쇄 편익은 과장
책임 규명, 원전정책 재검토 논쟁 불가피
한국일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철규, 양금희, 한무경 의원 등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감사원의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감사결과 발표와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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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20일 월성 원전1호기 조기 폐쇄의 핵심 근거가 된 계속 가동 경제성이 부당하게 저평가됐다는 최종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 이벤트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비판과 의구심이 확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30년인 설계수명에 이르렀으나, 6,000억원을 투입한 설비 보강을 거쳐 2022년까지 연장 가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탈원전’을 공약한 현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6월 15일 한국수력원자력은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그러자 국회는 경제성 평가에 이의를 제기한 원전 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해 10월 감사원에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 행위’에 대한 감사를 요청한 게 저간의 경위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수원 이사회 결정 당시 활용한 민간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보고서는 계속 가동 경제성을 애써 낮추려는 조작 흔적이 역력했다. 일례로 계속 가동 시 판매 단가는 의도적으로 줄이고, 즉시 가동 중단 시 비용 절감 효과는 불합리하게 과다 계상된 사실이 밝혀졌다. 감사원은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기 폐쇄 결정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당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은 회계법인 경제성 평가가 나오기 2개월 전인 2018년 4월에 이미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산업부 직원들은 한수원이 즉시 가동 중단 외 다른 방안을 고려하지 못하게 했고, 조기 폐쇄에 유리하게 경제성 평가가 나오도록 평가 과정에 관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최근 국감에서 “(피감사자들의 저항이) 이렇게 심한 것은 처음 봤다”고 토로했다. 감사원은 감사 착수 이후 산업부 국장 등의 관련 자료 삭제 등 감사 방해 행위도 결과에 적시하고,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징계를 요구했다. 다만 감사원은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여부는 ‘직무감찰 규칙’에 따라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감사원이 지난 1년간 끝없이 이어진 관련 당사자들의 감사 저항과 정치권의 ‘감사원 흔들기’에도 불구하고 널리 납득할 만한 감사 결과를 낸 건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행정감사의 한계로 잘못된 경제성 평가를 낳은 ‘정치적 경위’를 밝히지 못한 것은 한계다. 향후 검찰의 수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야당은 감사 결과에 대해 “’탈원전’이 허황된 꿈이었음이 증명됐다”며 즉각 탈원전 정책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여당은 “감사 결과에 관계없이 ‘에너지전환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섣부른 정치 공방보다는, 이번 감사로 원전의 경제성이 의도적으로 왜곡 평가된 사실이 밝혀진 만큼,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문제는 없는지 차분히 재검토하는 노력이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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