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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시청 용역 결과물을 자기 논문으로 발표한 평택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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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수인 아내를 주저자로, 자신은 교신저자로 표기

해당 공무원 "용역 설계부터 자문까지 관여…문제 될 것 없어"

(평택=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 평택시청 공무원이 시가 민간 업체에 의뢰해 진행한 연구 용역 결과물을 학회 학술지에 자신과 아내 명의의 논문으로 발표해 연구부정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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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용역보고서(왼쪽)와 문제의 논문(오른쪽)
[연합뉴스]



경기도 내 모 대학 교수이자 평택시 계약직 가급(5급 상당) 공무원 A씨는 지난 6월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회 학술지에 '플렉서블 아이덴티티를 적용한 지자체 CI 개선 방안-평택시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A씨는 평택시청 직책과 함께 교신저자로, 대학 겸임교수인 A씨의 아내는 주저자로 표기돼 있다.

하지만 이 논문은 평택시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4천600만원을 들여 민간업체에 의뢰해 진행한 '평택시 시티브랜드 리뉴얼 및 응용디자인 개발 용역 중간보고'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이 용역 보고서는 평택시가 1995년 정한 도시 브랜드 CI(City Identity)를 25년 만에 변경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새로운 CI로 사용할 54개 시안을 놓고 전문가 집단 인터뷰, 시민 선호도 설문조사 등을 거쳐 2개 후보군으로 압축한 뒤,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통해 최종안을 선택하는 과정이 용역 보고서의 주된 내용이다.

문제의 논문에는 용역 보고서에 나온 국내외 도시와 기업 등 선진 사례 분석부터 평택시 과거 CI 분석, 새 CI 표본 추출과정, 새 CI 도출 과정에서 용역사가 실시한 시민 대상 설문조사 및 결과까지 그대로 인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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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용역보고서(왼쪽)와 문제의 논문(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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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논문에는 이 용역 보고서가 출처로 표기되지 않았다.

해당 논문과 용역 보고서를 검토한 한 현직 교수는 "출처 표기 후 다른 논문이나 연구 자료를 자기 논문에 인용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연구는 저자가 직접 설계하고 진행해야 한다"며 "이 논문에는 평택시가 용역을 실시했다는 설명은 단 한 줄도 없어 저자가 마치 직접 연구한 것처럼 이해하게 된다. 연구 부정인 것은 물론, 학자로서의 윤리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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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용역보고서(왼쪽)와 문제의 논문(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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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회 관계자는 "학회에서는 해당 논문 게재 신청이 접수됐을 때 저자들이 직접 연구한 것으로 전제하고 심사했다"며 "논문의 형식과 요건에 맞아 게재 결정을 내렸는데, 문제가 불거진 이상 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게재 취소 대상에 해당하는지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학회의 논문 심사 규정에는 "이전에 발표된 학술지 논문, 학위논문 및 연구보고서 등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합쳐서 마치 새로운 업적인 것처럼 부당하게 업적으로 인정받는 경우" 등을 연구 부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A씨는 "용역 보고서와 논문의 내용이 일치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용역업체에서 주도했어도 설계나 자문 과정에 (내가) 참여했기 때문에 연구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며 "용역 중간보고서는 최종 출판물이 아니어서 저작권이나 표절 등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출처 표기 없이 논문에 활용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내는 연구 용역에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논문 작성 과정을 주도했기 때문에 주저자로 표기했다"며 "아내와 나는 이 논문을 연구 실적으로 제출하는 등 사적인 이익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평택시 감사관실은 A씨가 시 용역 결과를 담당 부서 허락 없이 개인 논문에 활용한 것이 직무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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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평택시 CI(왼쪽)와 변경된 CI(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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