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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서예전 '육선비예', 동림 김봉선 등 일백헌갤러리서 시리즈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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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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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작가가 개인전 형식으로 작품전을 여는 일백헌갤러리의 특별초청전 ‘육선비예’가 마련됐다. 사진은 동림 김봉선이 ‘기서여림’ 전에 선보일 작품 ‘득어망전’(34×134㎝). 일백헌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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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선비예(六仙祕藝)란 독특한 이름의 서예전이 마련됐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자리한 일백헌갤러리(북촌로 11가)의 올해 하반기 특별 초청전이다. 육선비예는 6명의 작가가 각자 자신만의 숨겨진 예술세계를 작품으로 선보인다는 의미다.

전시는 각 작가들이 소수의 작품을 출품해 모아 내거는 일반적인 그룹전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전 형식으로 진행된다. 각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저마다 공부의 깊이와 넓이, 작품세계, 글귀 마다에 담은 자신의 생각을 보다 온전히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육선비예의 첫 전시는 배우화가인 소화 김현정의 ‘요요초충(喓喓草蟲)’ 전이다. 화초와 풀벌레 등을 감지에 금분으로 표현해낸 독특한 회화와 공예품으로 구성된 작품전은 지난 9일 개막, 22일까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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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림 김봉선의 ‘기서여림’(1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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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부터는 본격 서예전이다. 시작은 동림(東林) 김봉선의 ‘기서여림(其徐如林)’ 전이다. 언론인인 동림은 모두 20여점의 작품을 출품한다. 작품 ‘기서여림’은 유명 병법서인 <손자병법>의 ‘군쟁편’에 나오는 말로, ‘차분하게 행동해야 할 때는 그 고요하기가 숲과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고 경영자(CEO)들 사이에선 큰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추진할 때 쓰는 전략의 하나로 불리기도 한다.

동림의 작품은 모필의 붓털 흔적들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속도감과 더불어 역동적 힘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갈필처럼 보이지만 사실 넉넉한 먹물을 머금었다. 종이를 뚫어내듯 힘있는 운필의 결과다. 그는 “중국 동진의 서예가이자 ‘서성’으로 불리는 왕희지의 행·초서, 5~6세기 대의 마명사비와 석문명·광개토대왕릉비 등을 배웠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조문연의 ‘화악송’”이라고 밝혔다. ‘화악송’(華嶽頌)은 ‘서악 화산묘비’(西嶽 華山廟碑)로, 중국 남북조시대 서예가 조문연이 5악 중 서악에 해당하는 화산에 남긴 6세기 대의 비다. 서단에서는 해서와 전서·예서 등이 어우러진 독특한 비문으로 손꼽힌다.

‘화악송’에 마음을 둔다는 그의 말처럼 작품 ‘得魚忘筌’(득어망전)은 그 뿌리가 화악송임을 드러낸다. ‘득어망전’은 <장자>의 ‘외물편’에 나오는 말로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잊어라’라는 의미다. ‘배은망덕’이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가는 “쓰임을 다한 것에 미련을 두는 어리석음을 경게하고자 하는 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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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림 김봉선의 ‘무소유’(70×34㎝, 왼쪽)와 조문연의 ‘화악송’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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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서여림’ 전에는 법정 스님이 강조한 정신으로 유명한 ‘無所有’(무소유)를 비롯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란 뜻으로 삶의 자세를 말하는 <장자>의 ‘上善若水’(상선약수),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민심을 잘 받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 ‘水可載舟亦可覆舟’(수가재주역가복주) 등의 작품이 내걸린다.

전시회를 맞아 펴낸 작품집에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에세이식으로 실었다. 동림은 작품집에서 “서예는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며 “몇해 전 이정 이동천 선생을 만나 서예가 마침내 벗이 되었고, 앞으로도 내 곁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스승이자 서화감정 전문가인 이동천 박사는 그의 작품을 “힘 있는 씨름선수가 기술은 아주 섬세하게 들어가듯 힘이 있으면서도 섬세해 절제된 화려함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육선비예는 이후 인산 서호의 ‘호시우보’(30~11월 5일), 화정 김민수의 ‘취묵성필’(11월 6~12일), 명정 주복원의 ‘비필충천’(11월 13~19일), 일산 조한규의 ‘일념통천’ 전(11월 20~26일)으로 이어진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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