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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ESC] 복숭아·키위·딸기 와인…과일 와인 춘추전국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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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 와인. 사진 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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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를 전후로 엄청나게 다양한 과일이 시장에 나온다. 제철 과일은 당도가 높고, 맛과 향이 우수하다. 올해는 낮은 기온과 늦여름 태풍으로 과일 공급량이 걱정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다행히 9월 말 사과, 배 공급량은 평년 대비 1~5% 정도 감소해 크게 부족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사실 온실 재배와 수입 과일로 인해 ‘제철 과일’이라는 말이 약간 무색하다. 제철 과일의 소비는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사과, 배, 감귤, 단감, 포도, 복숭아 등 국내 6대 제철 과일 1인당 소비량은 2009년 이후 연평균 3.6% 감소세를 보인다. 다양한 먹거리와 수입 과일의 증가로 과일 산업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 대책으로 음료나 건조칩 등 가공품이 생산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하지만 최근 예외인 것이 있다. ‘한국 와인’이다. 한국 와인에 관심 갖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아직 와인 하면 포도를 이용해 만든 술로 생각하는 이가 많다. 와인의 정의 자체가 포도를 으깨서 나온 즙을 발효시킨 술이기에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한국 와인은 ‘한국 땅에서 나는 과일로 발효 과정을 거쳐 알코올을 만든 것’이라고 정의한다.

과거에는 한국 토종 포도로 만든 와인조차 소비자들의 관심 밖이었다. 식용 포도로 만드는 바람에 외국에서 수입한 와인에 견줘 품질이 떨어지고 향과 맛도 부족했다. 하지만 한국 와인 생산자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큰 발전을 이뤘다. 이제는 고유의 맛과 향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포도 외에 다른 과일로 와인을 만드는 지역은 여럿 곳이다. 하지만 포도 이외 다른 과일로 만든 와인은 수입이 제한적이다. 최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국내 과일 와인들을 소개해 보려 한다.

가을 하면 사과를 빼놓을 수 없다. 재배를 많이 해서인지 사과와인을 만드는 양조장도 많다. 그중에 예산의 농업법인 ‘예산사과와인’은 사과를 한 달 동안 저온발효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이후 15도에서 1년간 숙성해 사과와인을 만든다. 캐나다의 아이스와인을 벤치마킹해서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사과 향이 짙다. 국내외 주류품평회에서 매년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과일 샐러드, 생크림 케이크, 애플파이 등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을 더 즐길 수 있다.

복숭아도 있다. 복숭아 와인을 만드는 곳 중 영천 ‘고도리 와이너리’라는 곳이 있다. 고도리라는 재미있는 지명을 제품명으로 사용했다. 천도복숭아와 백도를 동일한 비율로 섞어 만든다. 천도복숭아의 산도와 백도의 향이 조화되어 맛이 좋다. 와인병을 딸 때 복숭아 향이 퍼지면서 식욕을 자극한다. 디저트 와인으로 먹기에 좋다.

다음으로 오미자 와인이다. 오미자는 신맛, 단맛, 쓴맛, 짠맛, 매운맛 등 다섯 가지 맛이 섞여 있다고 해서 ‘오미자’다. 그래서 다른 나라엔 없는 독특한 와인이 태어나는 것이다. 오미자 와인을 만드는 곳은 문경 ‘오미나라’가 대표적이다. 오미나라는 프랑스 샴페인 제조방법을 사용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다. 다양한 꽃 향이 입안에서 풍부하게 퍼지며 산미와 탄산의 조화가 깔끔한 와인이다. 나물이나 한우구이와 페어링 하기 좋다.

참다래(키위)로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오름주가’에서 생산하는 다래와인은 제조 과정이 기존 와인과는 다르다. 참다래는 산도가 높아 수확 후 저온창고에서 한 달 정도 후숙해 당도를 올린다. 후숙한 참다래를 한 달 정도 발효한 후 1년 이상 숙성해 산도를 낮춘다. 완성된 다래와인은 상큼한 맛과 향을 낸다. 해산물 요리와 마시면 잘 어울린다.

이 밖에도 매실, 딸기, 자두, 모과, 살구 등 다양한 과일 와인들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와인 대부분은 지역 과일을 수매해서 빚는다. 국내 과일 농가의 어려움을 와이너리들이 나누고 있다. 가을이 가기 전에 달콤하고 새콤한 과일의 향을 느낄 수 있는 한국 와인을 마셔 보는 건 어떨까? 포도로 만든 와인과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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