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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ESC] 식용색소로 실 염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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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염료를 다룰 때는 반드시 공업용 방진 마스크와 보호 안경,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적당한 작업 공간이 없으면 배우기 어렵겠다 싶었는데 정은선씨가 식용색소로 염색하는 법을 귀띔을 해주었다. “쿨에이드(물에 타 마시는 과일 향 주스 분말 상표)로 집에서 염색하는 분들이 있다. 원하는 강도로 전문적으로 염색하려면 산성염료를 쓰지만, 식용색소도 가능하다.”

유튜브에서 쿨에이드 염색법을 찾았다. 그중 미국의 섬유예술가 레베카 브라운의 채널(ChemKnitsTutorials)이 가장 흥미진진했다. 생화학자이자 교사인 그는 산성염료로 염색한 실을 판매하는 한편, 식용색소 염색을 소개하며 염색의 세계로 빠져보자고 권한다. 브라운은 쿨에이드 가루 외에도 식용색소가 들어간 탄산음료나 알록달록한 코팅 사탕 ‘스키틀즈’를 실에 흩뿌린다. 염색에 쓰는 원사는 얼핏 삶은 소면처럼 보이는데, 냄비에 넣고 끓이니까 염색 과정이 마치 요리 같다. 양파껍질, 아보카도 껍질, 강황도 염료가 된다.

식용색소 염색 과정은 산성염료 염색과 비슷하다. 우선 울 함량이 70% 이상인 실을 타원으로 둥글게 감아둔다. 중간마다 면실이나 케이블 타이로 실이 흐트러지지 않게 묶어둬야 나중에 엉키지 않는다. 식초나 구연산을 푼 물에 실을 충분히 적혀두고, 다시 냄비에 물을 데워서 식초나 구연산과 식용색소를 풀고 실을 담근다. 젖은 실에 색소가루를 뿌리고 비닐을 씌워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방법도 있다. 실을 식혀서 울 세제로 세탁하고 말리면 끝. 쿨에이드 같은 새콤한 분말 주스 가루에는 구연산이 첨가되어 따로 산을 더하지 않아도 염색이 된다. 냄비에 실을 담가 휘휘 흔들면 색소가 실과 결합해, 냄비 안의 물은 점점 맑아진다. 위의 방법은 울, 알파카, 실크, 캐시미어 등 단백질 기반 섬유나 나일론 혼용실만 염색이 된다. 면사는 세탁 과정에서 도로 하얗게 돌아온다.

염색이 되지 않은 생사를 급히 구하기 어려워서 연한 색으로 염색된 울 100% 털실과 베이킹용 식용색소로 염색을 해보았다. 실에 그러데이션을 넣으려고 자주색 색소를 푼 물에 아랫부분부터 담그고, 파란 색소가루를 뿌렸으나 소심하게 뿌리는 바람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가루를 다룰 때는 마스크를 쓰고, 니트릴 장갑을 꼭 착용해야 손에 물이 들지 않는다. 이렇게 염색한 실은 수축이나 뭉침이 생길 수 있는 기초적인 방법이니 재미 삼아 시도해보시길!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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