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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사설] 공무원 피살 한 달, 청와대와 정부는 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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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철저한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는데

공동조사 독촉도, 국제사회 공조도 없어

북한군이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지른 지 오늘로 꼭 1개월이 된다. 북한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공동조사 요구에도 감감무소식이다. 철저한 무시 전략이다. 사건 발생 직후 파악된 기본 사실 이외에 진상 규명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잘못된 대응을 준엄하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애초부터 적당한 수준으로 ‘미안함’을 표하는 것으로 사건을 유야무야 덮고자 했다. 시신 소각 여부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에서 우리 군이 파악한 것과 맞지 않는 내용을 담은 통지문이 왔을 때부터 북한의 의도는 빤히 보였다. 공동조사에 응할 의사가 추호도 없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고지도자가 두 번씩이나 미안하다는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라며 감격하는 듯한 태도와 함께 마치 공동조사를 계기로 남북대화의 문이 열리기라도 할 것처럼 반색했다. 집권당의 고위 간부는 시신 소각을 ‘화장’이라고 표현하며 북한을 감싸는 태도까지 보였다. 그 결과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더 심각한 것은 이 사건에 임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자세다. 정부가 이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제대로 대응할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회의적인 물음이 꼬리를 문다. 개인 간의 다툼에서도 정당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수위를 높여 독촉하고, 법정 싸움 등 다른 대응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정부가 최초 공동조사를 요구한 것 외에 한 달이 지나도록 이를 독촉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국제기구나 외국 정부와의 공조에 적극 나서야 할 정부가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는 것도 유감스럽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책임 규명과 보상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북한 인권상황 보고를 내일 유엔총회에서 할 예정이다. 국제사회가 이 사건에 큰 관심과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작 피해자인 우리 정부는 소극적이다. 미국·일본·영국·호주 등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결의안을 총회에 상정하기 위한 첫 회의를 엊그제 열었으나 한국은 초청을 받고도 불참했다. 이에 따라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한국은 발을 뺄 것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어제 비로소 공무원의 유가족과 짧은 면담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초순 숨진 공무원의 고등학생 아들이 보낸 편지에 “나도 마음이 아프다”며 “조사·수색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답했다. 정부는 언제까지 마냥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할 것인가. 국민의 생명 보호야말로 다른 그 무엇에 우선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기본 책무임을 국민은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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