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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반려견 같은 악기 우쿨렐레로 ‘굿바이 코로나19’ 함께 연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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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한국우쿨렐레음악협회 김창수 회장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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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의 경계가 맞닿은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레이(꽃목걸이)를 걸고, 파우 스커트(꽃·수술 달린 전통 의상)를 입은 사람들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훌라춤을 춘다. “알로하~마할로!”

‘우쿨렐레’를 아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아마 이런 장면을 상상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있게 말할 것이다. “훌라 걸이 들고 있는 작은 기타, 그게 우쿨렐레 아냐?” 맞다. 미니기타로도 불리는 우쿨렐레는 하와이 말로 ‘벼룩’을 뜻하는 ‘우크’와 ‘뛰다’를 뜻하는 ‘렐레’를 합친 말이다. 연주할 때 손가락이 마치 ‘벼룩이 뛰는 모습’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하와이 전통악기로 알려진 우쿨렐레가 포르투갈에서 유래한 악기라는 사실, 얼마나 알고 있을까?

‘15회 서울 알로하 우쿨렐레 페스티벌’

25일부터 19개국 62개팀 온라인으로

“다같이 힘내 위기 극복하자는 메시지”


서울대 작곡과 거쳐 인도 유학때 인연

어린이 음악교육용 악기로 적극 활용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행복’ 도구”


한겨레

“우쿨렐레는 ‘까바끼뉴’라는 포르투갈 악기에서 유래됐는데, 포르투갈인이 하와이로 이민을 가서 전했어요. 남아메리카 안데스 지방의 ‘차랑고’ 또한 우쿨렐레와 유사해요. 우쿨렐레는 하와이만이 아닌 전 세계의 악기인 셈이죠.”

인터뷰 시작부터 우쿨렐레에 대해 막힘 없이 설명을 쏟아내는 이 사람, 바로 ‘우쿨렐레 전도사’를 자처하며 18년째 이 악기의 전파에 열성을 쏟고 있는 한국우쿨렐레음악협회 김창수(59) 회장이다.

오는 25~31일 ‘제15회 서울 알로하 온라인 우쿨렐레 페스티벌’을 준비 중인 그는 우쿨렐레 찬양을 멈추지 않았다. “우쿨렐레는 리듬, 멜로디, 화음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악기예요. 현이 6줄인 기타와 달리 4줄뿐이라 코드가 간단해 유치원생도 쉽게 배울 수 있죠. 우쿨렐레는 한마디로 ‘사랑스러운 반려견’ 같은 악기입니다. 장난감처럼 작지만 밝고 경쾌해 행복지수를 높여줍니다.”

서울대에서 작곡을 전공하며 정통 클래식의 세례를 받은 그가 우쿨렐레에 몰입하게 된 건 인도 유학 시절의 경험 때문이었다. 인도에서 공부하며 장애아 봉사 활동에 열심이었던 김 회장은 아이들의 음악교육에 좋은 악기를 고민했고, 그가 내린 결론은 ‘우쿨렐레’였다.

“어린이는 물론 음악 지식이 없는 성인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악기죠. 아침에 교습을 시작해 해질 무렵이면 간단한 가요 정도는 충분히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배웁니다. 그뿐인가요? 독주, 중주, 앙상블,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고, 가요, 트로트, 재즈, 보사노바, 왈츠까지 연주할 수 있어요.”

이런 신념으로 2002년부터 우쿨렐레를 전도해 온 그는 밤벨음악연구소를 세우고, 한국 최초의 우쿨렐레 오케스트라인 밤벨유케스트라를 조직했다. 세계적인 우쿨렐레 연주가인 제임스 힐(2009)과 제이크 시마부크로(2011)의 내한공연이 가능했던 것도 그의 인맥 덕분이었다.

그런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온 행사가 바로 우쿨렐레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페이스북(facebook.com/changsoo.kim.7)과 유튜브 채널(changsookim-ukulele)을 통해 온라인으로 연다. “아예 ‘굿바이 코비드19’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어요. 코로나로 고통받고 우울해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선사하기 위해 우쿨렐레가 나선 셈이죠. 다같이 힘을 내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려 합니다.”

비대면 행사지만 이번 페스티벌의 프로그램 만큼은 풍성하다. 미국, 오스트리아, 멕시코, 브라질, 캐나다, 영국, 독일, 체코, 이탈리아, 스페인, 핀란드, 중국, 홍콩, 일본, 대만 등 19개 나라 62개 팀이 참여한다. 무엇보다 그는 악기제조 과정을 보여주는 특집 영상을 자랑했다. “우쿨렐레를 만드는 과정을 미니어처로 찍은 영상인데, 작다고 무시하면 안 돼요. 최고급 목재를 이용하고 연주 가능한 현까지 제작하는 등 정말 정교합니다. 보는 재미는 물론 악기 제작 정보까지 제공할 겁니다.”

그는 최근 ‘서울 알로하 우쿨렐레’라는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이번 축제뿐 아니라 재능 있는 우쿨렐레 연주가를 발굴하고, 국외 페스티벌에 참여할 기회도 열어주는 가교의 플랫폼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란다. “이 플랫폼을 통해 앞으로는 온·오프로 페스티벌을 확장하고, 내년부터는 국제 우쿨렐레 콩쿠르도 개최할 생각입니다.”

김 회장의 꿈은 ‘우쿨렐레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다. 100여대의 우쿨렐레와 관련 악기를 소장하고 있다는 그는 지금도 꾸준히 악기를 수집한다. “어렸을 때 꿈이 사회사업가였어요. 지금도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하는데, 박물관은 또 다른 사회 기여 방법이죠. 좀 더 먼 미래의 계획이지만요.”

25일 개막하는 온라인 페스티벌 참여를 다시한번 권하며 그는 이렇게 마무리를 했다. “알로하는 원래 ‘안녕’이라는 하와이 인사인데, ‘알로하 정신’이란 게 있어요. 남을 배려하는 정신이죠. 먼저 인사하고 미소 짓고 사랑하자는. ‘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당신이 있기 때문이고, 이 세상이 향기로운 것은 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쿨렐레를 통해 모두가 알로하 정신을 공유하길 바랍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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