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1 (일)

추미애가 발탁한 남부지검장 사퇴 “정치가 검찰 덮쳤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추미애의 총장 지휘권 박탈 비판

“야당 정치인 수사 상당히 진척

장관 지휘권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추 “사의 유감, 조만간 후속 인사”

중앙일보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사건을 수사 중인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검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이 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 수사 지휘자인 박순철(사법연수원 24기) 서울남부지검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결정을 공개 비판하면서 사퇴했다. 박 지검장은 윤 총장 장모를 기소한 데 이어 추 장관 취임 이후 승진을 거듭해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박 지검장은 22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검찰총장 지휘 배제와 관련한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추 장관은 라임 사건과 관련해 야당 정치인 금품수수 및 검사 향응 접대 의혹에 대한 의도적 부실수사 의혹 등을 이유로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윤 총장 및 가족, 측근 관련 4개 사건도 수사지휘 배제 근거로 함께 제시됐다.

박 지검장은 이 중 검사 향응 의혹 부분에 대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 자체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9일 국정감사 때도 “수사 과정에서 ‘검사 비위’ 관련 진술은 없었다”고 주장했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현직 검사 3명에게 술접대를 했고. 이 내용을 검찰에 얘기했지만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촉발했다. 박 지검장의 주장은 김 전 회장 주장에 대한 반박이면서 동시에 추 장관 조처의 부당성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박 지검장은 야당 정치인에 대한 의도적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 5월 전임 검사장이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검찰총장께 보고했으며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다. 저를 비롯한 전·현 수사팀은 당연히 수사해 왔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도적 부실수사) 의혹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 가족 사건 수사 지휘에서 윤 총장을 배제한 데 대해서도 “그간 서울중앙지검의 (처가) 수사에 대해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해 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글은 수사지휘권 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 표명으로 이어졌다. 박 지검장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검찰권 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될 경우에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며 “그래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검사가 아닌 검찰총장에게만 하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5년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이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한 뒤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전례를 소개한 뒤 “당시 평검사였던 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김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와 상황은 다르지만 이제 검사장으로서 당시 제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 이제 검사직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글을 끝맺었다.

한 검사는 댓글에서 “사기꾼의 말 한마디에 정치권은 검사들을 범죄조직 취급을 하고 있다. 외풍에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야 할 장관께선 이에 동조해 총장과 검사들을 거짓말쟁이 취급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장관은 입장문을 내고 “중대한 시기에 독립되고 철저한 수사에 관한 책무와 권한을 부여받은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해 유감스럽다. 수사팀에 흔들림 없이 진실 규명에 전념할 것을 당부드리며, 금명간 후속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수민·나운채·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