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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반길수만은…” ‘몸값 상승’ 윤석열 보는 야당의 복잡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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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정치 가능성 언급, 순수성 왜곡할 수도”
김종인도 “윤석열, 반드시 정치한다 단정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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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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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여권 후보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춘 인사로 분류되는 윤 총장이 처음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전날 국감장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부하가 아니다”라는 발언 등으로 대중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윤 총장의 부상은 고질적 인물난에 시달리는 야권에 희소식이다.

하지만 윤 총장 발언을 접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윤 총장이 정치를 한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내가 뭐라고 얘기할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윤 총장의) 정치 가능성을 언급하는 건 순수성을 왜곡하는 결과”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불과 이틀 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던 금태섭 전 의원 영입에 여지를 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정치검찰” 공격 빌미 줄 수도


국민의힘이 윤 총장에 대한 정치적 접근에 신중한 것은 우선 현직 검찰총장이라는 점 때문이다. 추미애 장관과 대척점에 서 있는 윤 총장을 국민의힘이 과도하게 띄울 경우 “역시나, 윤석열은 정치검찰”이란 공격의 빌미만 여권에 줄 수 있다. 윤 총장이 내놓는 정부 비판적 메시지나 수사 결과도 ‘사심이 들어간 것 아니냐’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일각에는 “윤 총장이 당에 바로 들어오는 것보다 지금처럼 당 밖에서 여당과 대립각을 세워주는 게 효용가치가 가장 크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수진영을 겨냥했던 윤 총장의 과거 역시 국민의힘이 그를 적극 환영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8월 시작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전까지만 해도 윤 총장은 친여권 인사로 분류됐다. 특히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당시 특별수사팀장이던 윤 총장은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해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흔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이를 ‘항명’, ‘하극상’이라 비판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이날 윤 총장을 향해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못살게 굴던 사람을 우파 대선 후보 운운하는 것은 아무런 배알도 없는 막장 코미디”라고 비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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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왼쪽) 검찰총장이 23일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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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석열계 태동, 기존 주류세력이 두고 볼 리가”


윤 총장의 ‘진의’가 무엇인지 아직 확실치 않기 때문에 먼저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렸다. 그가 전날 국감 답변 도중 “정치와 사법이라고 하는 것이 크게 바뀌는 것이 없구나”라며 정치에 회의를 드러낸 것으로 미뤄, “국민께 봉사”란 말 자체가 꼭 정계 입문 그리고 국민의힘을 향한 것이라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종인 위원장도 이날 “퇴임하고 봉사활동한다는 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며 “반드시 정치하겠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이 국민의힘과 한배를 탈 경우 당내 역학구도에 미칠 영향도 분분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윤 총장이 야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인 상태에서 당에 들어온다면 바로 ‘친윤석열계’가 생길 공산이 크다”며 “당 주류인 영남권 인사 등이 가만히 두고만 보겠느냐”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윤 총장이 검찰 수장 출신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혹독한 검증 과정을 통과할 수 있을지 등 모든 게 불투명하다”며 “윤 총장 1인만 바라보다가 윤석열도 놓치고, 다른 주자들도 크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당을 이끌었던 황교안 전 대표 체제의 교훈도 되새겨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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