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 법조팀장 |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국감장에서 나온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뜨겁다.
가장 문제가 된 발언은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와 “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위법하다”, 두 가지다.
윤 총장의 발언이 틀렸다는 쪽은 정부조직법상 검찰청이 법무부 장관에게 속해있다는 점과 검찰청법 제8조가 법무부 장관의 검사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감독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총장은 민주적 통제를 안 받겠다는 것이냐”고 공격하기도 한다.
또 법무부는 앞서 ‘검언유착’ 사건 관련 추미애 장관의 첫 번째 수사지휘권 행사 당시 수사지휘권의 범위에 대해 “검찰청법 제8조가 규정한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뿐만 아니라 지휘 배제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감독권한”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윤 총장의 말이 맞다는 쪽은 검찰총장은 다른 행정각부 산하기관의 장과 달리 장관급이기 때문에 직책명도 ‘청장’이 아닌 ‘총장’으로 정한 것이며, 검찰청법 제8조 단서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장관의 지휘권을 제한한 취지 역시 장관과 총장의 관계를 일반적인 상하관계로 볼 수 없는 근거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검찰청법 제8조가 예정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는 구체적 사건에서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 기소할 것인지 등에 대한 것이지 같은 법 제12조가 보장하는 특정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자체를 박탈하는 건 수사지휘 범위를 벗어난다고 주장한다.
양쪽이 같은 법조항을 두고 각자의 시각에서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어느 한쪽의 말만 맞고 다른 쪽은 틀리다고 섣불리 단정 짓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결국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나 권한 범위에 대한 최종적인 유권해석은 법률의 최종 해석권한을 가진 대법원이나 국가기관간의 권한에 관한 다툼을 심판하는 헌법재판소의 몫이다.
하지만 이번 수사지휘에 대해 윤 총장이 법적쟁송을 통해 다투진 않겠다는 입장이라 당장 법적인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만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명한 건, 윤 총장의 발언이 ‘맞다’는 쪽이나 ‘틀리다’는 쪽이나 모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대명제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정부조직법이나 검찰청법의 각 조항들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이른바 ‘입법취지’라고 하는, 드러난 법문언 뒤에 숨은 입법자의 의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직접 다룬 건 아니지만 과거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사건 중에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그리고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언급된 사례가 있다.
1997년 김기수 당시 검찰총장과 고검장들은 검찰총장이 퇴임 이후 2년 동안 공직에 취임할 수 없도록 한 개정 검찰청법 제12조 4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해당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직취임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문제가 됐던 검찰청법 개정 조항은 검찰총장이 퇴직 후에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걸 막기 위해 여야 각 9인씩 참여한 제도개선특별위원회가 새로 마련한 조항이었다. 가장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할 검찰총장이 임기를 마친 뒤에 다시 법무부 장관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는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정치적 중립성을 저해한다는 취지에서 아예 그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섰던 것.
하지만 너무 포괄적으로 공직 전반에 대한 취임을 금지한 탓에 결국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의 ‘과잉금지의 원칙’, 특히 ‘최소 침해의 원칙’에 벗어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나긴 했지만 해당 결정문에서 헌재는 개정 법조항의 입법목적과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검찰권의 행사는 형사사법의 작용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므로,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 공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가의 법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관건이 된다.”
“또한 모든 검사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상사의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으므로, 검찰의 수장인 검찰총장이 독립하여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 법률조항을 개정 신설한 것은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재임중 다른 직위에 연연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그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하며 균형잡힌 검찰권을 행사하게 함으로써 형사사법의 공정과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려는데 그 입법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2004년 이후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사라졌지만 위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비록 위헌 결정이 나긴 했지만 23년 전 국회가 여야 합의로 검찰총장이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퇴임 후 법무부 장관 등 공직에 나갈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었다는 사실과 헌재가 검찰의 수장인 검찰총장의 독립적인 직무 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검찰청법 개정이 이뤄졌던 시기는 고 김영삼 대통령 재임 시절로 당시 법무부 장관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마찬가지로 판사 출신인 안우만 전 대법관, 검찰의 수장은 김기수 검찰총장이었다.
그 무렵인 1997년 1월 재계서열 14위 한보그룹 부도를 시작으로 이른바 ‘한보 사태’가 발생했고 금융권 특혜 대출이 드러나며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불거져 대통령의 최측근들은 물론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게까지 검찰의 칼끝이 겨눠졌다.
하지만 당시 김영삼 대통령도, 안우만 장관도 김기수 검찰총장에게 대통령의 측근이나 아들의 수사를 자제하라는 시그널을 보내지 않았다는 게 당시 검찰 간부들의 기억이다. 물론 장관의 수사지휘도 없었다. 결국 현철씨는 같은 해 5월 한보사태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고교동문 등 기업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가 적법한 권한 행사인지에 대한 평가는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유권해석이 내려지기 전까진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다.
다만 추 장관이 재경지검 중에서도 가장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영전시키고, 수사지휘를 통해 여야 정치인이 연루된 ‘라임 사건’ 수사에 대한 전권을 일임한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 직후 사표를 던지며 “장관의 수사지휘는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고 일갈한 건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조국 전 장관도, 추 장관도 한결같이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법무부 장관의 수사 개입 면에선 첫 문민정부 때인 23년 전보다 퇴보한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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