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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건희 별세] 큰 별이 떨어진 후...본격적인 이재용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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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 화병 후 즉각 경영일선에 투입되었기 때문에 '준비된 후계자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도 나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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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CC 살펴보는 이재용 부회장. 출처=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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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과오, 화려한 부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경영무대는 e삼성이다. 2000년 닷컴열풍이 불며 삼성은 전사적으로 인터넷벤처 지주회사인 e삼성을 설립했고, 이재용 부회장이 모든 전권을 행사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결론적으로 실패했고 이 부회장은 첫 경영무대에서 뼈아픈 '과거'를 가지게 됐다. 이후 이 부회장은 특정 사업부의 진두지휘가 아니라 경영 전반을 조율하는 '수업'을 받으며 오랫동안 수련의 기간을 거쳤다.

이 부회장이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것은 2012년 12월 부회장 승진 이후다. 글로벌 행보를 시작하며 대내외적으로 본격적인 경영 드라이브를 걸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많은 해외 인사들과 교류하며 본인의 경영 본능을 키워갔다.

이 부회장은 2014년 당시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함께 계열사별 업무보고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2014년 상반기까지 조금씩 '경영체력'을 키워가던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의 와병 후 본격적인 경영전선에 뛰어들었다.

경영철학으로는 실사구시를 내 걸었다. 스타트업 삼성이 극적이다. 조직문화의 변화를 바탕으로 현장을 중요시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이 적절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7월 임직원들의 집단지성 플랫폼인 모자이크(MOSAIC)에서 벌어진 온라인 대토론회를 통해 1200건의 제안과 댓글을 모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삼성을 위한 각자의 의견을 모았다. 삼성 특유의 강한 '승부근성(Winning Spirit)'을 살리자는 의지다.

선택과 집중적 측면에서는 방산과 화학계열을 과감히 털어내고 '특기'에 집중하는 분위기도 연출하고 있다. 삼성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무대에 집중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략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도 시작됐다. 2014년 8월 인수한 스마트싱스, 2014년 8월 미국의 공조회사 콰이어드사이드 인수, 2014년 11월에는 서버용 SSD 소프트업체인 프록시멀데이터를 인수했으며 2015년 11월에는 브라질 문서 출력관리 기업인 심프레스를 품에 안기도 했다. 2015년 2월 인수한 루프페이는 삼성페이의 핵심이 되어 주었고 2015년 3월 인수한 예스코일렉트로닉스 인수, 2016년 6월 조이언트 인수, 나아가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 비브랩스와 미국의 전장업체 하만도 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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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V1 라인. 출처=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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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영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2014년 CES 및 MWC 등 주요 글로벌 박람회에는 줄줄이 불참했으나 2월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양 당시 중국 부총리와 면담을 가지는 등 삼성의 대표자로서 글로벌 무대에서 맹활약했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에 들어간 후 이 부회장은 2014년 하반기와 2015년 명절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2016년 설에는 다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당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와 만나 삼성전자와의 시너지 가능성을 타진해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어 2016년 추석에는 약속의 땅인 인도에 찾아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접견해 현지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에 이어 2018년 국내 정국이 요동치며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지자 이 부회장의 명절 출장길은 자연스럽게 막혔다. 2017년 8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이 부회장은 수감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중국과 일본, 유럽과 미국을 누비며 글로벌 인공지능 인프라를 키우는 한편 통신과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의 미래 먹거리를 모색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까지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가는 한편 베트나 방문길에 오르기도 했다.

강력한 신기술 창출 의지도 나왔다.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이 대표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1등을 넘어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야망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을 투자하며 연구개발에 73조원,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나아가 디스플레이에 있어서도 QD 디스플레이 및 미니LED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이 부회장은 국가적 위기 당시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지난해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되자 즉각 현지로 날아가 파트너들과 교류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장면이 눈길을 끈다. 올해 코로나19가 기승이던 당시에는 중국을 전격 방문해 현지 반도체 라인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일본, 브라질 등 다수의 해외 생산거점을 직접 다녀왔다.

경제 민간 외교관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시대가 열렸으나 여전히 한일관계가 진통을 겪는 가운데, 9월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서울 모처에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신임 총리 내각 출범 전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양국의 경제인 협력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큰 그림도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차세대 반도체, 세포치료제, 양자컴퓨팅 등 첨단 미래산업 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며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의 큰 꿈을 꾸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일환으로 2014년부터 미래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 지정테마 과제를 선정하고 각 기술의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기초과학)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소재, ICT)를 설립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기술을 육성·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내부 현장행보도 폭풍의 연속이다. 5G 사업부 및 가전, 반도체 라인을 종횡무진 누비며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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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눈길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으나,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은 e삼성 당시의 설익었던 경영인이 아니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을 조율했고, 갤럭시노트7 발화 등 회사의 위기가 닥쳤을 당시에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끌어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그룹 전반의 경영 호조는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있으며 그 중심에 이재용 부회장이 버티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특유의 소탈하고 친근한 리더십에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근면함도 재계에서 호평받는 중이다. 이건희 회장이라는 큰 별이 떨어졌으나 그 누구도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삼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 이유다. 일각에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이뤄진 상태에서,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회장의 자리에 올라 삼성전자 및 그룹 전반을 지휘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사법 리스크가 뇌관이다. 특히 국정농단과 관련된 파기환송심이 진행중이고,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은 오너 공백에 따른 투자 차질 등으로 불확실성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 등과 관련한 수사도 이 부회장의 턱 밑까지 밀려온 형국이다.

이 부회장은 이미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5월 6일 오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전자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처음이다.

현장에서 이 부회장 스스로가 이건희 회장과 본인으로 이어지는 승계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를 받고있는 점에 착안해, 앞으로 삼성 4대 경영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무노조 경영을 걷어내고 경영권 승계 문제 자체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본인의 '흑역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 논란까지 끄집어내는 등 진심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아왔다"면서 "이제는 '경영권 승계'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체제의 삼성을 두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보지만, 만약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경우에는 심각한 불확실성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우려하는 중이다. 가뜩이나 미중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한 삼성의 대응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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