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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건희별세] 이건희 회장의 27년, 글로벌 삼성 터닝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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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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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신경영 출발점…1995년 150억원 제품 화형식, '품질=삼성' 인식 전환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

경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본 것이 있는 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발표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의 한 대목이다. 이 회장은 이를 통해 '신경영'을 선언했다. 그가 삼성 제2대 회장에 취임한 후 6년째 되던 해다.

1990년대 초반 삼성은 국내 1위라는 성과에 취해 있었다. 글로벌 경영환경 격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류가 돼야 하고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삼성의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진단이었다. 외형 중시 문화에 빠져있었다.

이 회장은 '우리는 자만심에 눈이 가려져 위기를 진정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못난 점을 알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내가 등허리에 식은땀이 난다'고 지적했다.

신경영은 양에서 질로 전환을 뜻했다. 불량률 감소를 첫번째 과제로 정했다. 이 회장은 '내 말은 양과 질의 비중을 5대 5나 3대 7 정도로 가자는 것이 아니다. 아예 0대 10으로 가자는 것이다'라며 '질을 위해서라면 양을 희생시켜도 좋다. 제품과 서비스 사람과 경영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공장이나 라인의 생산을 중단해도 좋다는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 우리의 경영은 불량품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오히려 점유율을 줄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1995년 3월 삼성전자는 불량 무선전화기 화형식을 가졌다. 지금도 회자하는 일화다. 품질의 삼성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15만대 150여억원의 제품을 불태웠다. 고객에게는 무조건 새 제품으로 교환해줬다. 이 회장은 '신경영 이후에도 이런 나쁜 물건을 만들고 엉터리 물건을 파는 정신은 무엇인가. 적자 내고 고객으로부터 인심 잃고 악평을 받으면서 이런 사업을 왜 하는가. 삼성에서 수준 미달 제품을 만드는 것은 죄악이다'라며 '회사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불량은 암'이라는 인식이 삼성에 뿌리내리는 계기가 됐다.

신경영은 '한국의 삼성'을 '세계의 삼성'으로 만들었다. 이 회장은 2003년 신경영 10주년 기념사를 통해 신경영을 사회와 국가로 확장하자는 뜻을 내비췄다.

그는 '신경영을 안 했으면 삼성이 2류 3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라며 '신경여의 성과를 어려운 국가 경제위기 극복과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확산시켜 나가자'라고 했다.

아울러 '신경영은 세기말적 상황에서 경제전쟁에서의 패배, 일류 진입의 실패는 경제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역사 인식과 사명감에서 출발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외부 환경 탓도 있지만 과거 선진국도 겪었던 '마의 1만불 시대 불경기'에 처한 상황으로 신경영 선언 당시와 유사하다'라며 '따라서 우리가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일류 선진국이 될 수도,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당장 제 몫 찾기보다 파이를 빨리 키워, 국민소득 1만불 시대에 돌입하기 위해 온 국민이 다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2010년 경영에 복귀한 후에도 끊임없는 변화를 추진했다. 경영 복귀 후 첫 회의를 통해 이 회장은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라고 제2의 신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바이오 ▲2차전지 등을 육성키로 했다.

결과는 보지 못했다. 2014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6년여의 투병 끝 24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삼성은 물론 한국경제의 한 시대가 저물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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