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회장이 재임하던 시절 삼성그룹에서는 스타 전문경영인이 많이 배출됐다. 회장은 큰 그림을 그리고 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한 특유의 ‘자율 경영’ 방식 때문이다. 정부와 재계에서는 인사때마다 스타 CEO가 즐비한 삼성에서 어떻게 하면 인재를 데려올 수 있을지 골몰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이 회장이 육성한 스타 CEO들은 반도체, TV, 휴대폰 등의 사업을 차례로 성공시키면서 삼성의 비약적인 성장은 물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철학으로 스타 CEO들은 급여 등에서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고, 이는 국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고 이건희 회장이 2011년 7월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오른쪽 첫번째)으로부터 반도체 사업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삼성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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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시절 입사했지만, 이 회장과 함께 삼성전자를 글로벌 초일류 전자기업으로 발돋움시키는데 기틀을 다졌다. IMF 외환위기 당시 한달에 1700억원의 적자를 냈던 삼성전자를 5년도 안 돼 연간 10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내는 회사로 변모시킨 것은 지금도 회자된다. 윤 전 부회장은 2001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올해의 아시아 경영인’에 올랐다. 포천은 그를 ‘기술 마법사(Tech Wizard)’라고 소개했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이 회장이 직접 스카웃한 ‘S급 인재’로 유명하다. 진 회장은 ‘미스터 칩(반도체 사나이)’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진 회장은 과거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에서 이건희 회장을 모시면서 매일 고민했던 것이 3~5년 후 삼성의 미래 먹거리였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맡아 ‘IT839’ 정책을 주도한 스타 관료로도 이름을 날렸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황창규 전 KT 회장,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조선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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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전 KT 회장은 ‘황의 법칙’이라는 메모리 반도체 성장론을 앞세워 삼성의 메모리 반도체 신화를 이끌었다. 반신반의하던 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를 설득해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의 저장장치로 플래시 메모리를 채택하게 한 것은 삼성전자와 애플에게 모두 ‘윈윈’ 전략이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았고, 2014년부터 올 초까지 6년여간 KT 회장을 맡았다.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피처폰 시절 삼성 휴대폰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특유의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애니콜 신화’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모토로라가 주도했던 국내 시장을 평정한데 이어 세계 시장을 공략, 휴대폰을 한국의 대표 수출 산업으로 키우는데 기여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은 1992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 시제품을 개발할 당시 담당 팀장이었다. 삼성 반도체 ‘초격차’의 산증인인 그는 올 7월 삼성전자 사내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병철 회장께서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하시고 이후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건희 회장이 지속적인 투자를 했다"면서 "반도체 사업은 위험한 순간에서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의 결단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설성인 기자(seo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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