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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혁신의 별' 고 이건희 회장을 추모하며[오동희의 思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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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재계의 거목이자 한국 사회의 큰 별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향년 78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처럼 삼성을 전 세계 기업들 사이에 우뚝 세우고(建: 세울 건), 그 사이에서 밝게 빛나게(熙: 빛날 희) 한 후 하늘나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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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제공=삼성




70여 년의 세월을 쉼 없이 달리며 꿈꾸던 그는 지난 2014년 5월 10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이후 6년 5개월 15일(2361일)동안 긴 잠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고(故) 이건희 회장은 항상 꿈꾸는 혁신가였다. 그를 '은둔의 경영자'라고 일컫는 일부 평가는 그를 알지 못한 무지의 산물이다. 이 회장은 혁신가이자 고뇌하는 미래학자였다.

이 회장은 자신의 꿈에 대해 워낙 깊이 있게 생각하다 보니 남들과 어울릴 시간이 적었다. '은둔의 경영자'라는 평가는 그렇게 이름 붙여졌지만 그는 기술을 통한 인류의 행복과 미래를 바꾸는 데 관심이 컸던 혁신가이자 도전자다.

고인은 영화 한 편을 봐도 수십 번 반복하며 주인공의 입장은 물론, 조연과 단역 각각의 시선에까지 다각도로 입장과 감정을 분석해 입체적 사고를 키웠다. 그는 타인들에게도 이런 다면사고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1987년 호암으로부터 국내 기업 삼성을 물려받은 후 5년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 1993년 신경영 선언으로 혁신 의지를 쏟아냈다. 이는 동양의 초라한 싸구려 전자업체를 세계 5위 브랜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대중에 노출돼 남들과 시간을 갖기보다는 자신의 내면과 더 많은 시간을 가졌던 그는 혁신가적 창의성을 바탕으로 반도체와 휴대폰, TV,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삼성을 세계 1위로 올려놓았다.

당장의 손해보다는 미래가 더 중요한 게 그였다. 500억원어치의 무선전화기를 불태운 것도 혁신의 과정이었다.

그는 기존 고정관념과 잘못된 관행의 틀을 깨는 것도 꺼리지 않았던 시대의 도전자다. 이 회장은 국내 최초로 여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그룹 채용에서 첫 여성공채 시험을 시행했고, 기수 중심의 순혈주의를 파괴하고 능력 중심의 인재경영으로 혁신을 이끌었다.

그는 학연을 배제하고, 고졸 출신도 과감하게 임원으로 승진시켰고, 공채 중심의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우수한 인재는 어떤 대우를 해줘서라도 영입해 삼성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했다. 매년 500명씩 전 세계 1위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S급 영재를 영입하도록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S급 인재는 최고경영자(CEO)보다 더 많은 연봉을 주고라도 대접해주는 삼성의 문화를 만들었다.

"한 사람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그의 천재경영론은 그가 인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또 단순한 양적 성장을 버리고, 질을 중시하는 품질경영으로의 전환은 원조를 받던 빈국 한국을 이젠 원조를 해주는 부국으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필자는 이 회장이 해외출장을 가거나, 출장에서 다녀올 때 공항에서 보거나,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출근할 때 자주 봤다. 볼 때마다 그는 항상 '깊이 생각하고 멀리 보자'는 화두를 던지고 거기에 깊이 빠져 있었다. 그의 부릅뜬 눈은 항상 무언가를 강렬하게 갈구하는 눈빛이었다.

선대 호암 이병철 회장이 강조한 경청과 목계(나무로 만든 닭)의 초연함을 잃지 않고, 주변과 소통하고, 흔들림 없는 강건함을 유지한 인물이 바로 이건희다.

그러면서도 주위 사람들의 어려움에 눈감지 않고 항상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았던 면모도 간직했다. 삼성 사회봉사단과 삼성 헌혈캠페인, 자원봉사 대축제 같은 다양한 사회공헌은 이런 생각의 결과들이다.

우수 인재를 통한 혁신으로 '인류 행복 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혁신가는 이제 후배들에게 숙제를 남기고 다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건희 회장의 도전정신과 혁신의지가 벌써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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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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