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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건희 별세] 거목의 아픈 손가락...슬픈 가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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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하며 정재계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한 시대를 풍미한 거목의 생애를 추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건희 회장의 순탄하지만은 않은 가족사도 새삼 조명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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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맹희 전 회장. 출처=뉴시스


아버지, 그리고 형
"국가 경제에 큰 업적을 남기신 위대한 분이며 큰 집안을 잘 이끌어주신 저에게는 자랑스러운 작은 아버지" 25일 오후 빈소를 찾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말이다.

이재현 회장의 말은 얼핏 가족의 큰 어른을 추모하는 일반적인 수사로 보인다. 그러나 이 한 마디에는 지금까지 이어진 삼성과 CJ, 나아가 범 삼성가의 심상치 않은 가족사가 응축되어 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을 일으켜 지금의 글로벌 일류기업 삼성그룹을 일군 이병철 창업주는 박두을 여사와의 사이에서 3남 5녀를 뒀다. 장녀인 이인회 전 한솔그룹 고문,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차남인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 삼남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그리고 이숙희, 이순희, 이덕희 씨가 있다.

이병철 창업주는 당초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을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낙점했다.

이맹희 전 회장은 대구수창국민학교와 경북중학교를 졸업한 후 도쿄 농업대학과 대학원을 과정을 마치고 미시간주립대 대학원을 거쳐 1960년 한일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1962년 안국화재로 자리를 옮긴 후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 그룹 내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이맹희 전 회장의 운명이 변한건 박정희 대통령 시절 불거진 한국비료사태다. 그 직후 장남인 이맹희 전 회장과 차남인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이 아닌 삼남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부상하게 된다. 평소 사업에 관심이 많고 재능을 보였던 이건희 회장을 눈여겨 본 이병철 창업주가 내린 전격적인 결단이다. 이후 이맹희 전 회장은 1993년 제일비료 회장이 됐고, 이는 현 CJ그룹의 모태가 됐다.

이맹희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2012년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맹희 전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7100억원 상당의 상속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 미행 논란 등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고, 삼성과 CJ의 사이는 크게 나빠졌다. 일각에서는 이맹희 전 회장이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동생인 이건희 회장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아 사태가 악화됐다는 말도 나왔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이르러 두 회사의 앙금은 눈 독듯이 녹아 사라지는 분위기다. 대립과 증오의 역사를 걷어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 후 이맹희 전 회장의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한 순간, 두 기업의 오래된 질곡의 역사는 해소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편 이맹희 전 회장은 안타깝게도 살아생전 이건희 회장과 끝내 화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2015년 세상을 떠나며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찾았던 추억은 자신 대신 삼남인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올린 '아버지'였다. 실제로 이맹희 전 회장을 운구 차량은 2015년 8월 20일 오전 9시 영결식이 열린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을 출발해 당일 오전 9시 30분 장충동 저택에 도착했다. 이곳은 삼성그룹 창업주이자 이 명예회장의 아버지인 故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머물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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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맹희 전 회장 외 형제들
이병철 창업주의 장녀인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은 이맹희 전 회장이 작고한 후인 2019년 1월 향년 91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이인희 전 고문은 1947년 대구여자중학교(현 대구일중학교) 졸업 후에 이화여자대학교에 진학했고 재학 중 조운해 전 강북삼성병원 이사장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1979년에는 호텔신라의 상임이사로 취임하면서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으며 이후 전주제지 고문을 역임하면서 삼성그룹의 제지사업을 물려받았다. 한솔그룹은 1991년 전주제지(현 한솔제지)가 삼성그룹에서 계열 분리되면서 탄생했다.

평소 문화예술에 많은 관심을 보인 이 전 고문은 이맹희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상속 소송 당시 심적으로 많은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들의 분쟁으로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것을 두고 마음아파 했다. 실제로 이 전 고문은 이맹희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소송전이 치열하던 당시 "상속과 관련된 재산문제는 선대회자 사망 당시 지난 1987년 끝난 일이다.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건희 회장을 지지했으나, 결론적으로 이맹희 전 회장이 소송에서 패소하자 "이번 일을 계기로 집안이 화목해지기를 바란다"며 동생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비료 사건으로 삼성을 떠난 차남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도 순탄하지 않은 생을 보냈다. 이 전 회장은 새한그룹으로 이동해 재기를 노렸으나 갑작스러운 백혈병으로 1991년 58세의 젊은 나이로 작고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또 다른 형제 중 여동생 이명희 회장은 1997년 삼성그룹에서 분리한 현재의 신세계그룹을 일궈냈으며 그 자녀인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현재 경영일선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 회장의 둘째 누나 이숙희씨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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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기간 자녀들과 함께 전시장을 참관하는 이건희 회장. 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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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
이건희 회장은 중앙일보 회장을 지낸 홍진기씨의 장녀 홍라희 여사와의 슬하에서 1남 3녀를 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이윤형 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와병 후 지금까지 사실상 삼성을 이끌고 있다. 준비된 후계자이자 미래 삼성을 열어가는데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이건희 회장을 가장 많이 닮은 것으로 알려진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선 굵은 경영에 강한 카리스마를 겸비했다는 평가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일찍이 패션 부문에서 두각을 보였으나 2018년 사장에서 물러나 지금은 삼성복지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두 딸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을 특히 아꼈으며 공식석상에 손을 잡고 등장하는 경우도 많았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모두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임세령 전무와 1988년 결혼했으나 2009년 이혼했으며 슬하에 이지호 군, 이원주 양을 뒀다. 임세령 전무는 현재 유명배우 이정재 씨와 열애중인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부진 사장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과 이혼했다.

한편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인 이윤형 씨는 2005년 미국에서 유학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아버지 이건희 회장은 물론, 막내동생을 아꼈던 이재용 부회장의 충격은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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