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평화의소녀상 철거 명령에 성북구청장은 철회 요청 피켓팅, 성북구 청소년은 독일국민에 손편지...이승로 구청장 방문 후 계성고 학생 '평화의 소녀상 건립 해외도시 관계자·시민 응원 챌린지' 시작
베를린 평화의소녀상을 함께 지켜 준 독일국민에게 감사의 손편지와 롤링페이퍼를 쓴 계성고 학생과 이승로 성북구청장(뒷줄왼쪽에서 다섯 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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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독일 베를린 평화의소녀상 철거 명령을 계기로 해외도시의 평화의소녀상 건립을 막고 이미 설치된 소녀상을 제거하기 위한 일본정부의 집요한 작업이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해외도시 평화의소녀상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이승로 성북구청장과 성북구 청소년의 활약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지난 12일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성북천 분수마루에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중지 요청' 피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전쟁의 폭력성과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 문제를 알리기 위한 공공 미술작품 전시 ‘ALIGHT’전이 진행되는 현장에서 이 구청장은 한글과 독일어로 쓴 ‘베를린 평화의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요청합니다’ 피켓을 들고 시민 앞에 섰다.
이 구청장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모범적으로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전 세계의 존경을 받아온 독일이 전쟁의 폭력성을 알리고 일본군 위안부의 명예와 인권의 회복을 상징하는 평화의소녀상에 철거 명령을 내린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철거 명령을 중지하고 평화와 인권을 소중히 하는 대한민국 국민과 연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이승로 성북구청장의 피케팅은 국민적 관심에 불을 지폈다. 다음 날인 13일에는 국회의원 113명이 소녀상 철거에 항의하는 서한을 주한독일대사관에 전달했다. 같은 날 베를린 시민 300여 명도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해 우리 국민의 평화와 인권보호의 노력에 호응했다. 결국 14일 철거 명령을 내렸던 베를린 미테구청이 평화의소녀상과 관련한 추가 조치를 내리지 않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며 입장을 바꾸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 피케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평화의소녀상과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성북구는 2013년 해외 최초로 평화의소녀상을 건립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디일시와 우호도시 관계를 맺고 있다. 글렌데일시 평화의소녀상에 대해 일본 극우단체 등이 철거를 주장하며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시와 시민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전해 2017년 승소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 판결로도 끝나지 않았다.
2019년 3월 성북구를 방문한 자레 시나니언 前시장이 이승로 성북구청장에게 “일본 극우단체가 전보다 더 치밀하고 집요하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선출직 입장에서 평화의소녀상 관리와 유지에 만만찮은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 한 것이다. 실제로 소녀상에 배설물로 보이는 오물을 투척하고 낙서를 하는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즉시 지역내 전 초·중·고를 찾아가 학교 관계자에게 미래세대를 위해 바른 역사를 알려주고 해외도시의 평화의소녀상이 처한 상황도 함께 고민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교 측도 공감, 지역내 아동·청소년 2000여명이 글렌데일시에 감사의 손편지를 써서 성북구청에 전달했다.
이 구청장은 이 손편지를 들고 직접 글렌데일시를 방문, 아라 나자리안 시장과 폴라 디바인 시의원 등 글렌데일시와 의회 관계자에게 전했다. 그들은 "잊을 수 없는 선물”을 받았다며 “한국을 더 좋아하게 됐을 뿐 아니라 평화의소녀상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화답했다.
성북구주민의 관심도 높아졌다. 성북구에는 2015년 한·중 문화예술인이 함께 건립한 한·중 평화의소녀상이 있는데(동소문동 가로공원) 자발적인 청소 및 손수 짠 목도리나 모자 등을 입히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평화의소녀상 문제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은 미래세대였다. 2000여 통의 손편지 뿐 아니라 사진, 영상, 웹툰 등 다양하게 평화의소녀상을 알렸다.
특히 계성고 재학생이 페이스북을 통해 진행한 '평화의소녀상 건립 해외도시 관계자와 시민 응원 챌린지'는 정치·예술·문화 분야의 내로라하는 저명인사가 참여하는 등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
이번 베를린 평화의소녀상 철거 명령 소식에 성북구 청소년들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성북구 길음동에 소재한 계성고의 재학생 280여명이 베를린 평화의소녀상을 함께 지켜 준 독일국민에게 감사의 손편지 150여 통과 롤링페이퍼를 작성한 것이다. 이 캠페인을 주도한 2학년 진영주, 나유정 학생은 2019년 '평화의소녀상 건립 해외도시 관계자와 시민 응원 챌린지'를 제안하고 이끌었던 주인공들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지난 21일 열일을 제지고 학교로 달려갔다. 학생들이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전달받은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1년 전 미국 글렌데일시 관계자와 시민을 비롯 평화의소녀상이 건립된 해외도시에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대한민국을 알림으로써 그 누구보다 훌륭한 민간외교관 역할을 했던 성북구 청소년들이 이번에도 큰일을 해냈다”면서 “여러분이 정성스럽게 쓴 손편지를 독일 정부관계자에게 잘 전하겠다”고 말했다.
진영주, 나유정 학생은 “지난해 성북구청장님으로부터 글렌데일시 평화의소녀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과 응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후배에게도 이런 관심과 활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성북구 내 초·중·고에서는 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베를린 평화의소녀상을 함께 지켜준 독일국민에게 감사의 손편지를 쓰는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성북구는 이 편지들을 모아 독일정부 관계자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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