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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건희 별세] 건설도 해외로 나가라 주문… "세계 최고층 빌딩들엔 삼성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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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 대만 타이베이의 101타워,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 각 나라의 스카이라인을 담당하고 있는 이 건물들은 초고층 빌딩이라는 점 말고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삼성물산이 시공한 건물들이라는 것이다.

반도체 기술 개발로 ‘극일’에 성공한 것으로 유명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건설 산업에도 적지 않은 족적을 남겼다. 특히 그의 해외 진출에 대한 주문들은 오늘날 삼섬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세계 일류의 시공사로 이름을 날리는 데 초석이 됐다.

조선비즈

2006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에서 건설중인 삼성물산의 당시 세계최고층빌딩 '버즈두바이' 건설현장을 찾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삼성전자 제공



26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건설·중공업 분야의 업무 보고를 받을 때면 "국내에만 머무를 생각을 하지 말고 해외까지 두루 챙기라"고 강조했다.

2006년 10월 이건희 회장은 미국·유럽 출장을 마치고 두바이를 방문했다. 부르즈 할리파의 공사현장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당시 출장에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상무도 함께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장을 찾은 이 회장은 현장의 임직원들에게 삼성과 우리 경제의 진정한 버팀목이라면서 한껏 치켜세워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부르즈 할리파 건설 당시 삼성물산은 3일에 1층씩 올리는 최단 공기(工期)를 수행한 것으로 이름을 날렸다. 높이가 828m에 이르는 163층의 최고층 빌딩 건설을 착공을 시작한 지 5년만에 마무리했다. 한국의 시공기술이 세계적으로 다시 한 번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삼성물산의 초고층 건물 건설 기술이 하루 아침에 쌓여진 것은 아니다. 삼성물산은 2001년 타워팰리스를 건설하면서 관련 노하우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타워팰리스는 초고층 주상복합의 개념을 새로 도입한 신개념 건축물이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타워팰리스를 준공하겠다고 나선 것, 아파트에 브랜드 ‘래미안’을 도입하며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게된 것 모두 ‘남과는 다르게, 크게’를 강조했던 이 회장의 평소 생각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했다.

평소 크게 칭찬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이 회장이 2012년 4월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테크윈의 업무 보고를 듣고 크게 반긴 것도 잘 알려진 일화다.

삼성물산 정연주 부회장, 삼성중공업 노인식 사장, 삼성엔지니어링 박기석 사장, 삼성테크윈 김철교 사장 등 중공업·건설 부문 사장단이 업무 보고를 하면서 "서로 협업해서 발전 플랜트와 해외 플랜트 분야를 본격적으로 키우겠다"고 하자 이 회장은 "방향을 잘 잡았다"고 반겼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건설·중공업 부문 사업에서 삼성은) 국내에서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기업으로 커가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중공업·건설 계열사의 글로벌 기업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 인재 영입도 강조했다. 2012년 8월 삼성중공업 사장단 오찬에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크려면 최고의 인재를 최고의 대우를 해서 과감히 모셔오라"고 했다.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전자를 중심으로 전해지는 일화가 많지만 그의 60년 지기 고(故)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의 신동아 인터뷰를 보면, 건설산업과 관련해서도 생각이 남달랐던 것으로 보여진다.

1960년대 중반 홍 전 부의장이 제2한강교(양화대교)를 지나면서 "봐라, 이게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다리"라고 자랑하자, 이 회장은 "이눔아. 생각 좀 하면서 세상을 봐라. 한강은 장차 통일되면 화물선이 다닐 강이다. 다리 한복판 교각은 좀 길게 잡았어야 할 것 아이가?"라고 했다고 홍 전 부의장은 회고했다. 한번 지으면 오래도록 써야하는 건축물과 건설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학생 때부터 남달랐던 것이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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