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교외 오렌지타운, 사전투표 이틀째 투표 장사진
전날 뉴욕시 맨해튼 대형 투표소는 수㎞ 줄
"우편 투표 못 믿겠다"..대선 당일 피해 사전 투표 나서
사전투표 이미 5860만건...전체 투표수 1억5000만건 예상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오늘 투표하러 온 게 다행이에요. 저는 두 시간 걸렸지만 어제 투표한 이웃은 네 시간 걸렸답니다."
25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주 록랜드카운티 오렌지타운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욕주는 다음 달 3일 대통령 선거에 앞서 지난 24일부터 사전투표를 개시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유권자 행렬이 이어지면서 투표까지 수시간이 소요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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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뉴욕시 북쪽 록랜드카운티의 오렌지타운 타운홀 앞에는 긴 행렬이 늘어져 있었다. 11월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전투표를 하러 나온 유권자들이었다. 이날은 갑작스럽게 기온이 뚝 떨어져 추위가 느껴졌다.
뉴욕시를 포함한 뉴욕주는 24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일정으로 사상 첫 사전투표에 돌입했다. 첫날 뉴욕시를 비롯해 뉴욕주 전체는 투표하러 나온 유권자들로 큰 혼잡을 빚었다. 투표소로 변신한 맨해튼 소재 메디슨스퀘어가든, 브루클린의 바클레이스 센터에는 줄이 수㎞에 달할 정도였다.
뉴욕시 교외지역인 오렌지타운도 다르지 않았다. 첫날엔 투표까지 4~5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4개월여간 문을 닫았던 운전면허관리국(DMV)이 업무 재개 직후 수km의 줄이 늘어섰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다만 DMV 앞에 줄선 이들의 얼굴엔 짜증이 가득한 것과 달리, 투표소에 줄 선 유권자들의 얼굴은 차분했다. 투표를 위해 시간을 기꺼이 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80대 노인은 지팡이에 의지한 채 줄을 섰고, 의자를 들고 와 앉아가며 줄을 선 이도 많았다.
백인 여성인 캐롤 하스펠은 "투표소 개장 한 시간 전에 왔다. 투표에 두 시간이 걸렸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아마도 정식 선거일인 11월3일에는 더 많은 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른 유권자는 '왜 편리한 우편투표를 하지 않고 오랜 시간 줄을 서느냐'라는 질문에 "현장투표가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셰인 라이트씨도 사전투표를 한 이유에 대해 "내 표가 정확히 세어지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라이트씨의 우려는 우편투표로 진행된 지난 6월 뉴욕주 예비선거 결과가 8월에서야 확정된 것에서 비롯됐다.
우편투표용지를 투표소에 직접 제출하고 가는 유권자도 많았다. 우편투표용지를 수거하는 투표함이 곳곳에 배치돼있지만 이들은 굳이 투표소까지 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투표용지 수거함 훼손이 잇따르면서 자신들이 행사한 '한 표'가 사라질까 우려한 것이다.
이날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공립도서관 외부에 마련된 투표용지 수거함에서는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120여개의 투표용지가 손상됐다. 마틴 월시 보스턴 시장은 이번 화재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수치이며 시민의 의무를 다하는 유권자들에 대한 범죄"라고 개탄했다.
대선 투표용지 수거함 훼손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주일 전에도 로스앤젤레스 지역 도서관 앞에 설치됐던 투표용지 수거함에 누군가 고의로 불을 질러 사법당국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뉴욕주는 민주당 성향이 뚜렷한 만큼 당락에 크게 좌우하지는 않는다. 다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미국 내에서 확산된 사전투표 열기를 이해하는 열쇠로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도 사전투표를 강조하고 있다. 우편투표에 부정적으로 반응해온 트럼프 대통령도 하루 전 플로리다주에서 사전투표하며 "훨씬 안전하다"고 강조하며 지지층의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사전투표의 가장 큰 특징은 개표가 선거 당일 이뤄진다는 점이다. 우편투표는 선거 당일 소인이 찍힌 경우도 개표에 포함돼, 현장투표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당락을 빠른 시간에 결정짓기 위해서는 선거 당일 투표와 사전 현장투표에서 많은 표를 확보해야 한다.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현재 사전투표 건수는 5860만건이다. 이미 2016년 우편투표와 사전투표를 넘어섰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지지자들도 속속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P 통신은 이번 대선에 1억5000만명 이상이 투표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1908년 대선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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