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취임부터 "업의 개념 정의하라" 품질경영 고민 시작
1994년 "21세기 자동차 산업이 반도체보다 10배 커질 것" 강조하기도
26일 이금룡 회장은 "이제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이건희 회장님의 목소리와 불세출의 경영자로서 또한 예지자로서 과연 대한민국에 이건희 회장님과 같은 경영자를 다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글을 올렸다. 그는 1977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4년 6개월 동안 비서실에서 근무하며 이건희 회장을 보좌했다.
그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이건희 회장님을 보좌하며 배운 것이 오늘날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금룡 회장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취임 당시 각 회사에 "업의 개념을 정의하라"고 지시했다. 양을 실적의 목표로 삼던 당시 삼성에서 회사의 본질을 연구하며 품질경영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도록 한 셈이다.
이어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최고 브레인으로 불리던 당시 상무, 전무급들이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각 팀에 박사 출신 권위자를 고문으로 임용했다"고 덧붙였다.
'상생경영'의 기틀도 마련했다. 이금룡 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중소기업 2세들이 경영을 승계해도 삼성과의 거래를 지속하도록 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삼성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삼성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건의했더니 회장께서 지시를 내린 사항"이라며 "그 뒤로 삼성 협력회사들 교육이 이뤄지고 2세들이 삼성에 취업해 삼성의 경영과 문화를 배우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에 대해 "선구자이윤이 중요하다"며 개발 시간을 단축하라고 주문했다. 지연의 이유가 생기면 이것을 지적하고 반도체 강당에 구매관련 전체부서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일사천리로 결제하도록 했다.
이금룡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선구안에 대한 일화도 전했다. 그는 "1994년 초 이건희 회장이 '21세기에는 자동차 산업이 반도체보다 10배 커진다'고 로스앤젤레스(LA)에서 회의하시면서 강조하신 말씀"이라며 "당시 반도체가 세계 최초로 256MD램을 개발하고 한껏 반도체 사업이 힘을 받을 때 이미 이건희 회장은 10년, 20년 뒤를 예견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이건희 회장님의 최고의 진가는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며 이를 실행에 옮기는 실천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대한민국을 3만 불로 이끈 위대한 경영자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회장님과 한 세대를 함께 지낸 시절이 너무 행복한 순간들"이라고 마무리했다.
류혜경 기자 rews@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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