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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미국에 맞서 승리한 한국전쟁" 중국의 '항미원조'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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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공청단 "쌍반간 군사적 마찰 빈번 발생 이후 한국전쟁 발발" 주장...남침 주장과 배치]

머니투데이

자료=중국 공청단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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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과도한 항미원조(抗美援朝·한국전쟁을 부르는 중국식 용어) 전쟁 띄우기가 양국간 역사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중국 공산당의 청년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한국전쟁을 남침이 아닌 내전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전쟁이 북한이 한국을 침략한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했다. 중국의 뒤틀린 역사 인식은 제2의 동북공정으로도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청단은 지난 25일 밤 공식 웨이보(중국의 트위터) 계정에 '한국전쟁은 북한이 한국을 침략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아니다"라는 답이 담긴 카드뉴스를 올렸다.

공청단은 "당시 북한과 한국은 서로 한반도 전체에 대한 주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 국가의 내전"이라고 밝혔다. 이어 "쌍방간에 군사적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청단은 '항미원조 전쟁에 이겼나?'라는 물음에 "이겼다"고 주장했다. 공청단은 "항미원조의 기점은 압록강이었는데 세계1강국(미국을 지칭)을 압록강에서 삼팔선으로 물리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북한 전역에 대한 무력 점령 시도를 송두리째 부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미국을 의식해 자신들이 참전한 한국전쟁을 '항미원조'라 부르며 대대적으로 7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국전쟁을 미국의 패권 확장에 맞서 싸워 승리한 전쟁으로 포장해 선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항미원조라는 의미를 강화하기 위해 북한의 남침이란 국제적 인식에 반하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3일 진행된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미국은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38선을 넘어 전쟁의 불길을 중북 접경까지 끌고 왔다", "북한을 침범한 미국 전투기는 동북 지역을 여러 차례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또한 "항미원조 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자신들이 '승리'를 거둔(승리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전쟁으로 선전해 오고 있다. 항미원조를 통해 애국주의를 고취시키고 내부 단결을 꾀하려는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미국에 대항해서 패배하지 않은 만큼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제2의 항미(抗美)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하지만 중국의 내부 사정과 별개로 70년 가까이 분단을 지속케한 한국전쟁은 우리에게 가슴 아픈 과거다. 중국에게 승리의 역사(라고 강변하)지만 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던 우리에겐 뼈아픈 장면이다. 특히 남침이란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이견은 향후 양국관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 외교소식통은 "과거 유엔안보리 결의를 보더라도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우리의 관심 사안에 대해 중국 측과 필요한 소통과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지난 25일 시 주석이 한국전쟁을 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규정한 관련 기사를 리트윗하면서 중국 공산당은 전쟁이 70년 전에 그저 '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1950년 6월 25일 마오쩌둥의 지원으로 남한을 침공했다"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이어 "자유 국가들이 반격하자, 중국 공산당은 압록강을 건너 수십만 명의 병력을 보내 한반도에 참화를 가져 왔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drag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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