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혼란 대비 총기 구매도 폭증
FBI 총기신원 확인 요청 올 6월 390만건
월간 기록으론 최다… 올 시위 1만2000회
인종차별 항의 등 200개 시위에선 폭력
미국의 대선 사상 처음으로 사전투표를 도입한 뉴욕의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24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이 투표 차례를 기다리며 몇 블록에 걸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뉴욕=AP연합뉴스 |
미국에서 오는 11월 3일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소요·폭력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인들이 선거 이후 극심한 혼란과 유혈 충돌사태에 대비해 총기 구매에 나서고 있고, 화장지 등 생필품 사재기를 할 움직임을 보인다고 미국 일간 USA 투데이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대선에 사상 최악의 산발적인 폭력사태가 발생할 것이고, 이미 그런 개별적인 움직임이 올해 계속해서 나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일부 시민들은 벌써 폭력사태를 예상하고 자택에서 칩거하기 위해 생수, 통조림 등 생필품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기와 탄약 구매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총기를 구매하려고 신원 확인을 요청한 건수가 올해 6월 한 달 동안만 390만건에 달했다. 이는 월간 기록으로 사상 최고치이다. 신원 조회 요청 건수와 총기 판매 건수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 해인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총기 판매상이 FBI에 신원 조회를 요청한 건수가 2882만건으로, 지난해 연간 2830만건을 이미 넘어섰다고 USA 투데이가 전했다. 국제사면위원회(AI)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인종차별 항의시위 등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1만2000회가량의 시위가 있었고, 이 중에서 200여회의 시위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미국인들이 폭력사태를 우려해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후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미국인들은 선거철에 주택 앞마당에 지지 후보 팻말을 꽂아놓거나 차량에 지지 후보 이름이 새겨진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 그러나 올해는 상대 후보 지지자들의 보복 표적이 될 수 있어 팻말이나 스티커 사용을 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일부 미국인은 아예 인적이 드문 곳으로 미리 피신하거나 지하 벙커 등에 은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대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폭력사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올해 미국을 강타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는 구호를 내세운 인종차별 항의시위에서 약탈, 방화, 기물 파괴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전국적으로 전개된 시위의 90%가량이 평화적으로 이뤄졌으나 일부 폭력사태가 발생했고, 이를 폭스뉴스 등 보수 성향의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일부 시민이 대선 이후 사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극우파와 극좌파 단체들이 대선 결과에 따라 폭력사태를 조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프라우드 보이스 등 극우파 단체들은 대선 이후 당선자가 결정되지 않거나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특정 거리나 건물을 점거하거나 테러 공격을 할 수 있고, 안티파 등 극좌 세력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소요 사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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