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자금 횡령·비자금 조성’ 檢 주장 인용
삼성에 다스 美소송비 대납혐의도 인정
‘삼성그룹, MB에 부정한 청탁했다’ 판정
‘이팔성 등에게서 뇌물 수수’도 유죄 판정
MB측 “방대한 기록 넉달 만에 결론 졸속”
구속·유죄 판결 받아낸 검사들 줄줄이 좌천
한동훈 “검사로서 할 일 해… 드릴 말씀 없다”
“지위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공무원이나 사기업 등에서 뇌물을 받고 부정한 처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 2월19일, 이명박(78)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 원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하면서 엄하게 질타했다. 대한민국 통수권자로서 적합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었다. 그리고 29일.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확정지었다. 유죄가 확정되면서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박탈되는 수모를 겪는 네 번째 전직 국가원수가 되었다.
◆“다스는 MB 것” 최종 확정된 법원 판결
원심 재판부는 지난 2월 판결에서 △다스 자금 횡령 △삼성그룹 뇌물 △국정원 자금 수수 △공직 대가 뇌물수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 판결에 의해 원심 판결은 유지됐다.
1심과 원심, 그리고 대법원 재판부는 모두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소유했다고 판단했다. 2007년 BBK 주가조작 의혹 후 계속해서 이 전 대통령의 주위를 맴돌았던 ‘다스 실소유주 논란’은 13년 만에 그의 소유라는 결론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입장 밝히는 MB측 변호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이 확정된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 전 대통령을 변호한 강훈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MB 사저 앞 취재진 대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법원 선고가 내려진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사저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판결 상당수는 이 ‘다스 소유’를 인정한 것에서 출발한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소유해 상당량의 회사자금을 횡령,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스 실소유가 인정되면서 삼성그룹으로 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받은 것에 대한 혐의도 인정됐다.
아울러 대법원 판결로 삼성그룹이 이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것도 인정됐다. 원심 재판부는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 제공된 금품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과 삼성그룹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평가했었다. 이는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한 청탁이 있었고 그 대가로 금품이 제공되었음을 인정한 결과다.
원심은 각 범죄의 공소시효는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2008년 2월25일부터 정지됐다가 퇴임한 2013년 2월24일부터 다시 진행된다고 봤다.
이밖에 이 전 대통령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 등에게서 공직임용 등의 이유로 받은 뇌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등의 혐의도 최종적으로 유죄로 인정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대변인은 대법원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까지 이런 판결이 선고될 줄은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며 “재판부 합의에 필요한 시간과 판결문을 작성하는 시간을 빼면 12만 페이지가 넘는 증거기록을 딱 넉달 동안 검토하고 결론을 냈다는 말이 된다. 이것이 졸속 재판이 아니면 무엇이 졸속 재판이라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강 변호인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판결 전 “사실은 언제가는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유죄 판결 받아냈지만…검사들은 줄좌천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이끌어내고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을 받아낸 검사들은 이날 말을 아꼈다.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 검사장은 “저를 비롯한 수사팀은 검사로서 할 일을 한 것뿐이니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이복현 대전지검 형사1부장은 “저희야 사실은 맡은 사건을 뚜벅뚜벅 했다”며 “거창한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 유죄판결을 이끌어냈지만 당시 수사를 행했던 검사들은 지금 대부분 좌천된 상태다. 다수가 특수통 출신이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사로 분류된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수사 책임자였던 한 검사장은 올해 1월 인사에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간 뒤 ‘채널A 전직 기자 강요미수 의혹’에 연루되었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당했다.
다스(DAS) 실소유 의혹과 관련해 비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법원 선고가 내려진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저 앞이 삼엄하다. 뉴시스 |
2018년 다스 실소유주 수사팀장을 맡아 실소유 의혹을 밝혀냈던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은 8월 인사에서 좌천성 자리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 발령되자 사표를 냈다. 이 전 대통령 소환 당시 조사를 맡았던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신봉수 당시 첨단범죄수사 1부장은 각각 여주지청장과 평택지청장에 머무른 상태다.
이들 대다수는 이 전 대통령 수사 외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현 정권 관련 수사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윤 총장은 지난 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예전에는 정권 관련) 수사를 했던 선배들이 대영전까지는 아니어도 영전 내지 정상 인사를 받아서 간 것 같은데, 시간이 갈수록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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