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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2020 미국 대선

[美 대선 D-4] "흑인 男은 트럼프, 백인 女는 바이든"... 상대 텃밭 잠식하는 두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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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유색인종 정당 지지도 격차 16%P로 줄어
대신 성별 차이는 백인 20%P, 히스패닉 30%P
한국일보

16일 미국 조지아주 매이컨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선 유세에서 버논 존스 조지아주 하원의원이 군중의 환호를 받고 있다. 존스 의원은 흑인 민주당원이지만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매이컨=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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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대선 투표에서 ‘인종’보다 ‘젠더’간 격차가 두드러질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당초 미 전역으로 확산된 반(反)인종차별 시위와 은근히 백인우월주의를 조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법ㆍ질서’ 프레임 탓에 ‘백인(트럼프) 대 유색인종(바이든)’의 공고한 구도가 자리잡을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남성들은 인종을 가리지 않고 트럼프의 ‘터프한 남성’ 기질에 더 끌리고, 여성들은 같은 이유로 트럼프가 싫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찍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성별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얘기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이번 선거의 큰 반전으로 ‘낮은 인종 격차’를 꼽았다. 인종별 당파성이 확연했던 과거와 달리 오히려 바이든이 백인 유권자, 트럼프 대통령이 유색인종 유권자에게서 정치적 이득을 얻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NYT의 선거분석 모델 ‘업샷’에 따르면 백인 유권자가 민주당으로, 비백인 유권자는 공화당으로 이동하며 인종간 대통령 선호도 격차는 지난 대선 대비 16%포인트 감소했다. 그 결과, 트럼프는 여론조사에서 4년 전에는 민주당 후보보다 전체 백인 유권자 지지율이 13%포인트 더 앞섰지만 현재는 5%포인트로 차이가 확 줄었다. 1996년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밥 돌 전 상원의원 이후 가장 낮은 백인 지지도다.

그래도 트럼프가 기댈 언덕은 있다. 바로 ‘남성’이다. NYT는 성별 격차가 인종, 학력, 연령 등 다른 모든 변수를 초월해 극단적으로 커졌다고 진단했다. 백인과 히스패닉 유권자의 성별 후보자 지지율 차이는 각각 20%포인트, 30%포인트나 된다. 여성은 민주당을, 남성은 공화당을 지지한다. 미 여성정치센터(CAWP)는 “올해 대선은 여성 참정권이 실현된 19차 수정헌법 비준 100년 만에 최대 성별 지지도 격차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2016년 대선 당시 저학력 백인층에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했던 트럼프의 반이민주의와 인종차별 전략은 이번엔 더 이상 먹혀 들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유색인종 유권자들 역시 그간 중시해왔던 환경ㆍ헌법 개혁 등 진보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NYT와 미 시에나대 공동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백인 유권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항의시위 대응 방식에 압도적인 반감을 보였다.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법과 질서를 더 잘 다룰 것이란 응답도 7%포인트나 높았다. 신문은 “백인 유권자가 오히려 트럼프의 약점이 되면서 캔자스ㆍ몬태나주(州) 등 전통적 공화당 우위의 상ㆍ하원 선거도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부유하고 힘세고, 사과를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타협적 ‘마초 기질’은 흑인과 히스패닉 남성 유권자를 움직이고 있다. 미 공영라디오 NPR은 “이들은 이민자와 소수인종이라는, 차별 받는 약자의 정체성만 갖고 있지 않다”며 “마스크 없이 감염병과 싸우는 트럼프의 모습이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계급적ㆍ경제적 불만과 불안이 커지면서 강인한 남성상을 희구하는 남성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재임 내내 공격적인 남성성을 공중보건과 외교안보, 경제 등 정책 전반에서 드러낸 것 역시 남성 유권자들을 견인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극단의 자국 우선주의를 ‘남성성=애국심’으로 인식한 탓이다. NPR은 “트럼프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이 호소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 내 성별 갈등과 이념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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