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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사회] 국회의원들, 왜 그냥 체포하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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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보장한 불체포특권... 국회 동의해야 국회의원 체포 가능

17세기 영국서 연원, 권력자 전횡 방지 목적

민주주의 정착에 따라 현실화, 제한 필요성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법과사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 논쟁과 관련된 법을 다룹니다.

이번 주 국회에서는 색다른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집권 여당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날 표결에는 야당 소속 의원들이 불참했음에도 여당 의원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져 체포동의안이 통과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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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본회의 체포동의안 가결 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나와 승강기를 타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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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지켜주는 국회의원

법률을 위반한 국회의원을 체포하기 위해 번거롭게 표결까지 거쳐야 하는 이유는 국회법과 같은 하위법도 아닌 헌법에 있는 규정 때문입니다.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른바 ‘불체포특권’입니다.

입법기관에 대한 불체포특권은 역사가 오래된 제도입니다.

17세기 영국에서 규정된 이후 미국 연방헌법에서 처음 성문화됐고, 이후 3권 분립의 공화주의적 정치제도를 채택한 대부분의 국가에 정착됐습니다.

3권분립의 취지는 권력의 균형에 있는데 입법부가 강제력을 동원한 인신구속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워져 함부로 체포되지 않을 특권을 부여한다는 논리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제헌 국회때부터 도입한 규정으로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지만, 범죄를 저지른 국회의원들의 빠른 사법적 처벌을 지연시켜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낳은 제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국회의원들이 받는 과도한 특혜에 대한 반감까지 겹치면서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주기적으로 등장합니다. 지금 당장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불체포특권 폐지 청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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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제11차 본회의에서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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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홍문종, 염동열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이같은 여론이 극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이 순간만은 헌법이 정한 불체포특권이 권력의 전횡을 막는 것을 넘어 수사당국의 합리적인 범죄 수사까지 막는 추악한 도구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사정은 해외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좀 더 유연하게 불체포특권을 다룬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다릅니다.

미국 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은 명목상 선언일 뿐 국회 윤리위원회를 통해 특권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해 대부분의 범죄에 대해 사실상 체포가 가능합니다. 일본은 아예 국회법에 불체포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를 명시해두고 있습니다.

범죄혐의자의 처분을 국회의원들의 투표라는 대단히 자의적인 기준에만 내맡기는 상황은 어찌 보면 한국 국회의 후진성과 ‘게으름’을 보여주는 단서일 수도 있습니다.

바뀐 사회, 바뀌지 않은 법률

불체포특권을 처음 제정한 영국은 왕이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의회에 있는 반대자를 함부로 체포하던 사회였습니다. 그러나 권력자의 전횡이 정치적, 제도적으로 쉽지 않은 오늘날 17세기 영국과 같은 힘의 불균형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현재는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내내 야당 의원들이 시비를 걸고 항의를 해도 아무런 문제도 없는, 민주주의의 본령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는 시기입니다. 불체포특권이 헌법적 당위를 넘어선 특권으로 비치는 이유 역시 이같은 사정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여당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 역시 이런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입니다. 여당이 정치적 동반자라는 이유로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면 시민들의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음을 잘 알고 있는 셈입니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몇몇 특권을 이제는 한 번쯤 돌이켜봐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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