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철웅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유철웅 교수가 심장 판막을 치료하는 TAVI 시술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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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인체의 ‘엔진’이다. 죽기 전까지 단 1초도 쉼 없이 일한다. 자동차 엔진도 낡으면 고장이 잘 나듯, 나이가 들면 심장도 반복되는 마찰·압력으로 ‘굳은살’이 생기며 서서히 기능이 떨어진다. 심장의 문(門)인 판막이 손상되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대표적이다.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유철웅(52) 교수에게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위험성과 최신 치료 경향을 물었다.
Q : 대동맥 판막 협착증이란.
A : “심장에는 크게 네 개의 방이 있다. 전신을 돈 혈액은 심장의 오른쪽 방(우심방·우심실)을 지나 폐에서 정화된 후 왼쪽 방(좌심방·좌심실)을 거쳐 대동맥을 통해 다시 온몸으로 뻗어 나간다. 각각의 방에는 판막이라는 ‘문’이 있어 혈액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막아준다. 이 중 좌심실과 대동맥을 연결하는 대동맥판막이 단단히 굳어 잘 열리지 않는 병을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라고 한다.”
Q : 얼마나 위험한가.
A : “증상이 있는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사망률은 1년 이내 25%, 2년 이내 50%다. 고장 난 판막을 교체하지 않으면 발병한 지 2년 만에 절반이 사망한다는 의미다.”
Q : 웬만한 암 못잖게 사망률이 높다.
A : “대동맥판막이 손상되면 전신의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뇌·폐·콩팥 등 주요 장기는 물론 심장 자체도 산소·영양 공급이 제대로 안 돼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심부전·협심증에 따른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 뇌 혈류 감소로 인한 어지럼증은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3대 증상으로 꼽힌다. 평소보다 심하게 이런 증상이 느껴지면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Q : 진단이 어렵진 않나.
A : “심장·목(경동맥)에 청진기 두 번만 대보면 알 수 있다. 과부하가 걸린 심장에서 독특한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증상이 일반적이고 환자마다 편차가 커 자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5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이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포함해 무증상 심장 판막 질환자라는 연구도 있다. 고령층, 고혈압·당뇨병이나 만성 콩팥병 환자는 대동맥판막 협착증 발병률이 높은 만큼 정기적으로 심초음파 등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Q : 고령에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으면 치료도 어려울 것 같다.
A : “그렇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약물로 치료가 안 된다. 병리기전이 동맥경화와 비슷해 이를 치료하는 ‘스타틴’이란 약물로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만이 유일한 해결책인데 전신 마취 후 가슴을 열고, 심장이 멈춘 상태에서 판막을 교체하는 과정이 환자에게 큰 부담이다. 고령이거나 몸 상태가 나쁜 경우 수술에 성공해도 환자가 깨어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수술 고위험군 환자를 위해 고안된 것이 가슴을 열지 않고 판막을 갈아 끼우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 시술)’이다.”
Q : 어떤 치료인가.
A : “허벅지 부위를 작게 절개한 다음 혈관을 통해 인공 판막을 이동시켜 고장 난 판막을 대체하는 시술이다. 최소 절개로 통증·흉터가 적고, 회복이 빨라 수술 후 평균 3일이면 퇴원한다. 대부분 수면 마취로 진행해 수술 고위험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안전한 시술이다,”
Q : 치료 성적이 궁금한데
A : “우리나라 의료진의 TAVI 시술 성공률은 98%로 세계적인 수준이다. 최근 미국·유럽에서는 수술 고위험군뿐 아니라 저위험군에도 TAVI 시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수술과 비교해 안전성·효과 면에서 뛰어나다는 점이 여러 연구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인공 판막도 중요할 것 같다.
A : “TAVI 시술에는 풍선확장형과 자가팽창형 인공 판막이 쓰인다. 풍선확장형은 삽입 위치를 잡고 풍선에 조영제를 주입해 이를 둘러싼 인공 판막을 펼쳐 안착시킨다. 자가팽창형은 원래 크기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어 위치를 잡고 판막을 그대로 펼친다. 풍선확장형이 자가팽창형보다 길이가 짧다. 이와 같은 구조적 특성과 판막 크기, 관상동맥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 시술한다.”
Q :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A : “심장에 산소·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란 혈관이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는 동맥경화로 인해 관상동맥이 막힐 위험이 큰데, 이런 경우 비교적 짧은 풍선확장형을 우선 고려한다. 스텐트 시술을 할 때 혈관에 접근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Q : 시술 비용이 비싸진 않나.
A : “전체 비용의 20%만 건강보험이 적용돼 3000만원 정도 든다. 이마저도 ▶증상이 있고 ▶중증이면서 ▶수술 고위험군이나 불가한 경우에만 보험이 적용된다. 경제적인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 일본은 대상자에게 시술 비용을 100% 지원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인 만큼 우리나라도 보험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라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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