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4년전 대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사람들은 결과를 대기하고 있다.
미국 매체들은 여전히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을 보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의 마지막 조사에선 바이든이 10%p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매체들은 경합주에선 차이가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바이든이 다소 여유있게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12개 경합주에선 바이든이 51%: 45%로 6%p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4년 전 승리의 기반이었던 러스트벨트에서도 고전 중이다. 선거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이 각각 7.0%p, 6.0%p, 4.0%p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CNN은 바이든이 위스콘신에서 8%p, 미시간에서 12%p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이 3곳의 경합주를 가져오면 거의 승리는 확정적이란 평가도 받고 있다.
일단 지형은 바이든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4년 전의 대선 경험을 떠올리면서 '샤이 트럼프'의 힘이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도 남아 있다.
■ 스윙 스테이트에 쏠린 관심
선거일을 앞두고 트럼프가 바이든과의 격차를 좁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론조사 등을 보면 여전히 바이든에게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져 있다.
다만 선거 막판 트럼프의 상승추세 모멘텀, 샤이 트럼프, 선거인단 독식 제도가 보여줄 반전 가능성 등을 감안해 트럼프의 막판 뒤집기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선거인단 독식'이라는 독특한 구조로 치러진다. 따라서 경합주에서 이기는 게 무엇보다는 중요하다. 3일 치러지는 선거는 일반 유권자들이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선거다.
메인, 네브라스카 두 개 주를 제외하면 나머지 주는 모두 승자독식 방식으로 선거인단을 뽑는다. 주별 선거에서 한 표라도 더 이긴 후보가 선거인단을 전부 가져가는 방식이다. 선거인단 총수는 538명이며,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는 후보가 이기게 된다.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19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공식적으로 선출된다.
전통적으로 IT 산업 결집지와 해안가 대도시는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예컨대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55명 걸려 있는 캘리포니아와 뉴욕(29명) 등은 민주당에 유리한 곳이다. 반면 중부지역이나 시골지역 등에선 공화당이 앞서왔다.
중요한 곳은 스윙 스테이트다. 4년전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대결에서 득표수는 거의 같았지만, 경합주를 트럼프가 장악하면서 선거는 예상과 달리 공화당 쪽으로 쉽게 기울어진 바 있다. 또 빌 클린턴 시절 부통령을 지낸 엘 고어는 2000년 선거에서 득표수에 앞서고도 낙선한 바 있다.
전체 선거인단수 538명 가운데 200명 197명이 경합주에 속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화당 색채가 강한 텍사스(38)를 제외하면 플로리다(29), 펜실베니아(20), 오하이오(18), 미시간(16), 조지아(16) 등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 채권가격은 누가 되더라도 더 빠질까
일단 미국 이자율 시장은 바이든 승리에 베팅하고 있다. 지난 주 목~금 이틀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0bp 남짓 뛰었다.
민주당이 대통령 자리와 상원을 모두 장악해 '푸른 물결'로 뒤덮게 되면 재정정책이 보다 강화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재정정책을 통한 적극적인 경기부양은 금리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부양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금리는 상승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많은 것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가 바이든 후보의 승리와 경기 부양책이 예상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일시적 오버 슈팅 등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선 직후 열리는) 11월 FOMC에서는 완화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경기부양책 기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채금리 상승 억제를 위한 정책 강화가 제시되지 않을 경우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은 계속될 여지가 높다"고 분석했다.
누가 되더라도 재정정책에 따른 수급 부담이 이어질 수 밖에 없어 채권 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에서 누가 되더라도 금리는 오를 것"이라며 "트럼프냐 바이든이냐에 따라 금융시장 반응 정도는 다를 수 있으나 방향은 명확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주 단순화하면, 트럼프 재선시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채는 1.0%, 바이든 당선시 1.2%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백악관의 새주인은 돈"이라며 "대선 시나리오와 무관하게 미국 금리는 상승 압력이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현재 추가 경기부양정책 부재 시 11월 이후 소비 절벽이 전망되고 재무부가 이미 1.65조 달러의 현금을 축장했다는 점에서 대선 이후 정부 지출이 확대될 것"이라며 "미국채 10년 금리 추가 상승에도 아직 이자비용 부담이 크지 않고, 현재로서 연준 개입의 필요성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이 최근까지 '바이든 트레이드'를 통해 기대감을 상당히 반영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엿보인다. 아울러 국내 국고3년 금리의 경우 1%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이 수준에서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관점도 보인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든 트레이드, 즉 약달러와 장기채 금리 상승은 이미 시장에 80% 이상 선반영돼 있다"며 "2016년에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크게 당한 입장에서 현재의 당선확률 수치는 뒤끝이 영 개운치가 않다"고 했다.
선거 결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민주당 승리에 경도돼 있어 저렴해진 보험료를 통한 리스크 헤지를 권했다.
그는 "시장은 바이든 트레이드를 높이 반영하면서 약달러 베팅, 미국채 10/30년 스티프너 상황"이라며 "미국채 또는 US IRS 10/30년 플래트너, US 초장기 리시버 스왑션, 달러 인덱스(DXY) 콜옵션 또는 유로 달러 풋옵션 등으로 비교적 적은 보험료로 헤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자율 시장이 바이든 승리를 반영해 왔고, 대다수가 바이든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트럼프가 역전할 경우 금리가 속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3년 금리가 1% 근처까지 이미 뛴 상태여서 바이든이 이기더라도 크게 오르긴 어렵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 코로나 확산 겹쳐 불안정한 주식..선거 후 경기부양책에 오를 수 있을까
주식시장은 최근 미국, 유럽 등의 코로나 재확산세가 두드러지면서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세와 함께 미국 대선, 미중 갈등 확산 등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들이 혼재돼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와 재정정책 모멘텀을 바탕으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지속될 수 있으나 미국 대선,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미중 갈등 고조 등 불확실성에 대한 긴장감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대선 자체만 놓고 보면, 적극적인 경기 부양이 동반돼 주식이 재차 상승할 수 있는 룸을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들도 적지 않다. 시장 불안이 이어지더라도 조정이 길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통상 시장친화적인 트럼프 당선이 주식에 더 유리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바이든의 민주당 쪽이 더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기 때문에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나쁘지 않다"면서 "일각에서 보는 바이든의 반시장적 이미지는 다소 과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높아진 정치 불확실성과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가 겹치면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 스프레드 등 일부 위험관련 지표도 상승하고 있지만, 금융시장 전반으로 우려가 확산되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의 조정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대선 불복 시나리오 등 매끄럽지 않은 선거 결과가 나올 경우가 위험자산 투자심리에 가장 나쁘지 않겠느냐는 평가도 나온다.
지금은 바이든이 이기고 트럼프가 불복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미국의 정치적 갈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대선은 누가 당선되도 불확실성을 피할 수 없다"면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컨센서스와 달리 재정정책 기대감이 줄어들 수 있고 바이든이 당선되면 트럼프의 불복 가능성으로 단기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이번 대선 조기 투표에 9,20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했고 이중 우편투표 참여 비중은 64%에 달한다"면서 "우편투표 참여자 중 상당수가 민주당 지지자인데, 선거일 이후에 도착한 우편도 유효한 주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11월 셋째 주까지도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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