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편견과 조롱 발산하도록 KBS가 도구로 사용되도록 허용하고 조장” / “팬들이 좋아하는 팟캐스트에서 방송한다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
지난달 29일 KBS1 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 방송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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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라디오를 통해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조롱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사진)에 대해 KBS 공영 노동조합이 “공영방송의 품위와 미덕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공영 노조는 언론 노조 KBS 본부와 KBS 노조에 이어 조합원 수로는 세번째 규모다.
공영 노조는 2일 성명을 내고 “주진우의 편지는 조롱과 빈정거림, 자신의 견해는 무조건 옳다는 오만과 편견, 상대방의 행위는 모두 잘못된 것이고 자신은 단죄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편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이 확정된 지난달 29일 오후 주 기자가 진행하는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낭독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MB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주 기자는 당시 방송에서 “각하 무상급식을 위한 프로젝트 준비했습니다”라는 등 재수감이 확정된 이 전 대통령을 놀렸다.
주 기자는 또 “오늘도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라며 “또 신기의 도술을 부릴까 봐, 감옥에 갔다가 또 나올까 봐, 정말 제가 감옥 가는 재판을 받을 때보다 더 떨렸습니다”라고 1심 선고 후 보석을 청구해 349일 만에 석방된 데 이어 2심 선고로 법정구속이 된 뒤에도 구속집행 정지 신청이 받여들여져 수감을 피한 전례를 의식한 듯 비꼬는 투로 이어갔다.
이어 “오늘 아침 대법원 판결을 보고 오늘 하신 말씀 역시 각하다웠습니다”라며 “‘법치가 무너졌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그 말 가슴에 새기겠습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법치가 MB 때 무너졌잖아요”라며 “그리고 진실을 반드시 밝혀서 해외 비자금 반드시 찾아와서 그것 다 바치겠습니다”라고 조롱투를 지속했다.
아울러 “명령으로 삼겠습니다”라며 “각하를 거울삼아 더욱더 꼼꼼하고 치열하게 살겠습니다”라고도 했다.
나아가 “이 땅의 정의를 위해서 각하 17년 감방생활 건강하고 슬기롭게 하셔서 만기출소 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라며 “각하, 96살 생신 때 뵙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공영 노조는 이 같은 주 기자의 편지를 두고 “사실상 정권을 기획한 그룹의 일원이 자기 멋대로의 편견과 조롱을 이렇게 마음껏 발산하는데 KBS가 도구로 사용되도록 허용하고 조장했다”며 “새로운 권력에 의해 재편된 대법원의 단죄를 받은 권력지형의 패배자에게 마음껏 침을 뱉어주고, 정적을 능욕하는 쾌감을 한껏 누리는 듯하다”고 KBS 경영진을 겨냥했다.
더불어 “이따위 분풀이식 모욕과 저질 빈정거림의 배설이 자칭 공영방송 KBS의 전파를 타고, 그것도 공영방송이 위촉한 고정 진행자 자신의 입으로 방송된 행위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라고 반문하며 공영방송에서 진행자 개인의 의견이 전파를 탔다는점을 비판했다.
계속해서 “주진우의 배설이 가져올 효과는 너무나 분명하다”며 “좌우의 간극은 더 벌어지고, 정치적 견해가 다른 이들이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기회가 되면 보복을 해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게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주진우를 앞세우는 KBS가 권력의 주구(走狗·사냥개)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주진우와 같은 황색 저널리즘을 용인하는 한 KBS의 시사보도는 영원히 ‘주구 저널리즘’의 낙인을 면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더 나아가 “이따위 식으로 정권의 충견 노릇을 자처하면서 수신료 현실화를 논하는 것 역시 허황된 망상이라는 것 역시 알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는 화장실을 포함한 13.07㎡(3.95평) 독거실에서 생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이 확정됐지만 이미 1년 정도 구치소에서 수감해 남은 수형 기간은 약 16년이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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