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지난달 29일 방송서 '이명박 각하께' 편지 낭독
KBS 공영노조 "공영방송 품위, 미덕 쓰레기로" 강하게 비판
지난 29일 방송된 KBS 1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에서 진행자 주진우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 사진=KBS 라디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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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KBS 1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를 진행하는 주진우 씨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한 가운데, KBS 공영노조가 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주 씨가 이 전 대통령을 대놓고 조롱함으로써 '공영방송의 품위와 미덕을 버렸다'는 취지로 지적했으나, 일각에서는 일방적 조롱이 아닌 정당한 비판이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앞서 주 씨는 지난달 29일 방송에서 "존경하는 이명박 각하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이 편지에서 주 씨는 "법치가 무너졌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그 말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법치가 MB 때 무너졌잖아요"라며 "진실을 반드시 밝혀 해외 비자금 반드시 찾아와 그거 다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땅의 정의를 위해 각하 17년 감방생활 건강하고 슬기롭게 하셔서 만기출소 하시기를 기도하겠다"라며 "각하, 96살 생신 때 뵙겠다"라고 비꼬아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KBS 공영노조는 2일 성명을 내고 해당 방송을 비판하고 나섰다. 노조는 성명에서 "공영방송의 품위와 미덕이 쓰레기로 들어갔다"며 "사실상 정권을 기획한 그룹의 일원이 자기 멋대로의 편견과 조롱을 마음껏 발산하는데 KBS가 도구로 사용되도록 허용하고 조장했다"고 했다.
KBS 여의도 본사. / 사진=연합뉴스 |
이어 "주진우의 편지는 조롱과 빈정거림, 자신의 견해는 무조건 옳다는 오만과 편견, 상대방의 행위는 모두 잘못된 것이고 자신들은 그들을 단죄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며 "새로운 권력에 의해 재편된 대법원의 단죄를 받은 권력 지형의 패배자에게 마음껏 침을 뱉어주고, 정적을 능욕하는 쾌감을 한껏 누리려는 듯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명박에게 바치는 주진우의 편지를 그의 팬들이 좋아하는 팟캐스트에서 방송한다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따위 분풀이식 모욕과 저질 빈정거림의 배설이 자칭 공영방송의 전파를 타고, 공영방송이 위촉한 진행자 자신의 입으로 방송된 행위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라고 되물었다.
다만 노조의 이같은 성명을 두고 여론은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엄격한 중립을 지켜야 할 공영방송에서 전 대통령을 대놓고 조롱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자율적인 비판이라는 반박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지나친 편파 발언인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지더라"라며 "이번에는 너무 멀리 나갔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공영방송을 개인의 정치 발언대로 삼는 게 용납 가능한 일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회사 자금 횡령과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지난달 29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진료를 위해 종로구 서울대학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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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각에선 "횡령, 뇌물 등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전 대통령에게 정당한 비판 한 마디 못하나"라며 "주진우는 KBS가 공영방송임을 확인시켜주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이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이는 "방송 직접 들었는데 (주 씨가) 틀린 말 하나 없더라. 공영방송은 모든 국민의 방송이니까 모든 국민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편 주 씨가 편지를 낭독한 지난달 29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뇌물)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판결 직후 이 전 대통령은 법률대리인인 강훈 변호사를 통해 "법치가 무너졌다.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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