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수, 3조3400억→5조1400억 늘어날 전망
전례없는 상황…세입 예산엔 반영 안할 것으로 보여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별세로 정부의 내년도 상속세수에도 변동이 예상된다. 당초 예상보다 세수가 55% 늘어날 전망이지만 정부는 이를 세입예산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
3일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낸 ‘2021년 국세 세입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상속세수는 3조34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3조원보다 10%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상속세로 3조1500억원을 거둔 바 있다.
증여세로 거둘 5조7600억원을 포함한 내년도 상속증여세수는 9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소득세(90조원), 부가가치세(67조원) 법인세(53조원) 등 다른 세목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상속증여세가 총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고 이 회장의 별세로 기재부의 세수 추계에 큰 오차가 발생하게 됐다. 고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주식 가치는 18조원에 달해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자녀들이 내야 하는 상속세만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액수가 크다보니 6년간 분할 납부하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1조80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더 걷게 됐다. 내년 상속세수는 5조1400억원으로 늘어난다. 당초 예상했던 3조3400억원에 비하면 약 54.5%의 오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잘못된 세수 예측으로 수조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한다면 재정운용의 비효율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초과세수를 미리 예측해서 본예산을 편성할 때 반영한다면 보다 효과적이고 계획성 있는 경기대응이 가능하다.
앞서 지난 2017~2019년 3년간 세금은 전망 대비 10조~20조원씩 더 걷히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8년에는 전망치보다 25조4000억원 더 들어왔다.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세수 펑크’라는 비판을 피하려 일부러 빠듯하게 예측한 게 아니냐”, “초과세수가 지나치게 많아 확장재정이 아닌 긴축재정을 펼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기재부도 급하게 내부 검토 중이지만 당초 국회에 제출한 세입예산안을 수정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 과세정보는 개인정보로 정부가 열람, 검토할 수 없는 데다 현재로선 누구에게 얼마를 상속할지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세입 예산을 수정 반영한 전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속인은 사망 이후 6개월 이내에 상속세를 신고해야 하는 한다. 상속세 신고기한인 내년 4월에야 상속안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상속세 9000억원을 분납 중으로 매년 1500~2000억씩 내고 있다”며 “상속세는 대표적인 우발세수로 누가 사망하냐에 따라 몇조원씩 세수가 왔다갔다할 수 있어 현재 상속세수를 정확히 추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재정을 확장적으로 쓰고 싶은 여당은 수입이 늘어난 만큼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지역구 예산을 따오고 싶은 의원들은 상속세수 증가를 명목으로 예산 배정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2조원의 상속세를 미리 반영하기 어려운 사정도 타당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까진 예결산소위에서 상속세를 다룰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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