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들이 SNS상 美 여론 주도
미국 보수성향 정치평론가 댄 본지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KABC 방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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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는 폭스뉴스만 보지 않는다. 민주당 소속 주(州)지사를 납치하려던 이들은 일부 극렬 백인우월주의자일 뿐이다. 트럼프 지지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오가는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통해 정립된 논리로 트럼프의 재선 당위성을 주장한다. 과거 어느 선거 때보다 SNS의 파급력이 커진 올해 미 대선에서 게시글 하나로 수만명의 표심을 움직이는 주체는 기성 언론이나 유력 단체가 아닌 필부필부들이다.
영국 BBC방송은 미 대선일인 3일(현지시간)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어도 게시글은 한번쯤 봤을 것” 같은 정치 콘텐츠 생산자들을 주목했다. 경찰 출신 보수 정치평론가인 댄 본지노가 대표적이다. 그가 지난 두 달간 올린 SNS 게시물은 CNN방송과 폭스뉴스를 합한 것보다 많이 공유됐다. 본지노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이 얼마나 거짓말쟁이인지 폭로하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토론 중 링컨 (전 대통령)을 잘못 인용한 것에 대한 팩트체크’ 등 정치인들의 언행과 실수 하나하나를 들춰내 신랄하게 꼬집는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본지노의 게시물들은 우리 신문과 워싱턴포스트(WP), CNN을 합친 것보다 많은 참여를 이끌어낸다”고 전했다. 바이블벨트(복음주의 기독교인이 밀집한 남부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프랭크 그레이엄, 할리우드 배우 제임스 우즈 등도 온라인 공간에서 대중에게 트럼프를 옹호하는 정치 조언을 하는 인기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민주당 쪽에는 이민자 쌍둥이 형제인 라파엘ㆍ오마르 리베로가 설립한 ‘민주당원을 점령하라(occupy democrats)’가 있다. 이들은 매달 수백만명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는데, 이달 들어서는 트럼프 대통령 공식 SNS 계정보다 더 많은 공유수를 기록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역시 트럼프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가들에게 “현대판 악덕 자본가”라는 낙인을 찍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미 전역의 경제 불평등을 강조하는 글을 연달아 올리며 지난달 SNS 공유 횟수가 바이든 후보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이들의 인기 비결은 공식 정치 체제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주류 정치권이 놓친 문제점들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데 있다. WP, NYT 등이 트럼프에 대한 적대감을 공공연히 밝힌 후 전통 미디어가 더 이상 양쪽의 견해를 편견 없이 읽어내는 창구로 기능하지 못했던 배경도 있다. BBC는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확증편향’은 인터넷의 가장 큰 특징이지만 양당이 온라인으로 만나는 지점에서는 단합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지데이 역시 “어려운 정보를 가볍게 전달하는 방식의 SNS 콘텐츠는 세대를 넘나 들며 문화와 이해의 격차를 좁힌다”고 순기능을 평가했다.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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