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22개월 대선 대장정
‘통합’ 뒤로한채 끝까지 비방전
대선풍향계 뉴햄프셔주 북부선
바이든·트럼프 각각 1승 챙겨
뉴욕·워싱턴 상점엔 나무가림막
매사추세츠 병력 1000명 대기
폭력·약탈 우려 주방위군 배치
주정부들이 주방위군을 동원한 것은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의 충돌이 이어진 탓이다. 우편투표 도착 기한 연장으로 개표가 오래 걸려 선거 결과가 늦게 나오든, 둘 중 어느 한 명이 선거 당일 압승을 거두든 갈등이 증폭하면서 폭력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폭력사태 우려 속 딕스빌 노치 등 첫 투표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주지사는 전날 선거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대비해 주방위군 1000명에게 대기명령을 내렸고,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도 주방위군 1000명을 주요 도시에 파견해 폭력사태 방지에 나섰다. 뉴저지주와 위스콘신주는 수백명의 육군이 투표소에 배치됐다. 지난주부터 간헐적 폭력사태가 빚어진 뉴저지주는 21개 카운티 가운데 19곳에서 주방위군 배치 요청이 접수됐다. 현장 배치 군인들은 유권자들이 놀라지 않도록 사복을 입었다고 한다.
뉴욕과 워싱턴 등 주요 도시의 백화점과 상점들은 1층 외벽의 유리창에 나무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혹시 모를 소요 사태에 대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선거 당일 투표결과 등에 대한 불만으로 여러 지역에서 폭력사태가 빚어지는 것 외에도 약탈과 공공물 훼손이 자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백악관 주변에도 높은 울타리가 쳐지고 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참석한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유세장에서 한 지지자가 '트럼프 2020'이라고 새긴 안경을 쓰고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더' 집권해야 한다는 뜻으로 네 손가락 을 펼쳐 보이고 있다. 스코츠데일 로이터=연합뉴스 |
미국 대선을 사흘 앞둔 주말인 31일(현지시간) 오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문구가 적힌 깃발과 성조기를 부착한 차량이 경적을 울리면서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모여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앞에 위치한 공립 도서관 주변 주차공간은 순식간에 대형 트럭과 픽업트럭, 승용차 등 각종 차들로 가득 채워졌다. 베드민스터[미 뉴저지주]=연합뉴스 |
지난 1일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남부 연합 상징물인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인근에서 트럭을 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총기로 반(反)트럼프 유권자들을 위협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흑인 거주지역 마린시티에서는 트럼프 지지자 1000여명이 차량 200∼300대를 몰고 들어와 주민들에게 인종차별적 발언과 욕설을 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미국 대선 하루 전인 2일(현지시간)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참석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드라이브인 유세장에서 한 전역 군인이 바이든 대통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지지 마스크를 쓰고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마이애미 AFP=연합뉴스 |
이날 미국 대통령 선거의 첫 테이프를 끊는 뉴햄프셔주 북부 산골마을 2곳의 자정투표에서는 두 후보가 각각 1승을 챙겼다. 이날 0시(한국시간 4일 오후 2시)에 투표를 시작한 딕스빌 노치에서 바이든 후보가 5표를 모두 가져갔지만, 밀스필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6표 대 5표로 바이든 후보를 눌렀다. 뉴햄프셔주는 주민 100명 미만의 지자체는 자정에 투표를 시작해 결과를 곧바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 딕스빌 노치는 1968년, 2008년, 2016년 등 세 차례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고 2012년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가 동률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공화당 후보가 이겼던 곳이다.
◆2일 마지막 유세로 22개월 대장정 마무리
앞서 미 대선 선거전 마지막 날인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처럼 “워싱턴 정치에 물들지 않은 ‘아웃사이더’에게 표를 달라”면서 지지를 호소했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틀째 펜실베이니아에 집중하며 “나라를 분열시키고 지키지 못한 트럼프를 끝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후보는 22개월의 대장정을 끝내는 이날 상대를 깎아내릴 뿐 ‘통합’을 강조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을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함께 유세에 나서고 있다. 피츠버그 A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남부와 북부의 4개 경합주를 넘나들며 5번의 유세를 했다. 마지막 유세지는 4년 전처럼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로 택했다. 그는 자신이 뒤지는 것으로 발표된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나는 이들을 가짜라고 본다”고 불신을 표시한 뒤 “우리는 어쨌든 이길 것”이라고 승리를 자신했다. 이날도 펜실베이니아가 대선 3일 후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를 인정하는 데 대해 “여러분이 결코 보지 못한 부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의 모나카와 피츠버그를 찾기에 앞서 새 격전지인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를 방문했다. 그는 “트럼프가 가방을 싸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라며 “혼란은 끝났다. 트윗, 분노, 증오, 실패, 무책임은 끝났다”고 공격했다. 바이든 후보는 “내일 우리는 이 나라를 분열시킨 대통령직을 끝낼 기회가 있다. 내일 우리는 이 나라 전역에 증오의 불길을 부채질한 대통령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후보 유세에는 손자, 손녀 4명이 함께했다.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대 학생 단체 방문 현장에는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동행해 젊은 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