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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아시아나항공, 3대 1 균등감자…소액주주·금호석화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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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주식 3주, 1주로 줄여..관리종목 지정 위기 모면

최대주주 책임 묻지않는 균등감자에 주주들 반발할듯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이 모든 주주의 주식을 3대 1 비율로 줄이는 무상 감자(減資)를 단행한다. 관리 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금호그룹에 경영 실패 책임을 묻지 않는 방식이어서 2대 주주인 금호석유(011780)화학과 소액 주주의 반발이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기존 주식 3주를 1주로 합치는 균등 무상 감자를 한다고 3일 밝혔다. 주주 보상 없이 전체 발행 주식 수의 67%를 줄이고 기존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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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자본 잠식 및 관리 종목 지정을 피하려는 조치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경영 적자가 누적되며 주주의 자본금을 까먹는 부분 자본 잠식 상태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매년 말 기준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되면 상장 폐지 후보인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잠식률은 지난해 말 29%에서 올해 6월 말 56.5%로 치솟아 이대로라면 관리 종목 지정을 피하기 어렵다.

회사 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례 없는 유행병으로 인한 타격으로 인해 추가 자본 확충이나 감자 없이는 관리 종목 지정과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기존 주주의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쉽지 않고 채권단 지원만으로 자본 잠식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감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감자를 통해 회사의 전체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자본금(주식 액면가×발행 주식 수)이 감소하면 줄어든 자본금만큼 감자 차익(자본 잉여금)이 발생해 장부상의 누적 적자(결손금)를 털어낼 수 있다. 자본 잠식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감자 기준일은 다음달 28일이며 아시아나항공은 감자 의결을 위해 내달 14일 주주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문제는 감자의 방식이다. 구조조정 기업의 경우 최대 주주의 경영 실패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대주주의 보유 주식 소각 비율을 다른 주주보다 더 높게 적용하는 차등 감자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2010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대주주 보유 주식을 100대 1, 소액 주주 주식을 6대 1, 3대 1 비율로 각각 줄이는 차등 감자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균등 감자를 추진하는 이유를 놓고 “대주주 지분은 작년 4월 회사 매각 결정과 동시에 이미 채권은행에 담보로 제공됐고 이후 대주주가 경영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은 점, 회사 매각이 코로나19로 무산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악화와 매각 무산이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의중이 반영된 이 같은 방침에 소액 주주와 금호석유화학 등 다른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감자는 주주총회 출석 주식 수의 50% 이상, 전체 발행 주식 수의 2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대 주주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균등 감자를 하는 당위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채권단이 전혀 손실을 부담하지 않는 구조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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