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오전 미시간을 비롯한 4개 주 5개 도시에서 유세를 마친 뒤 백악관에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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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대 미국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전의 대장정이 막을 내리고 미국은 투표에 들어갔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 3일(현지시간) 동부 뉴햄프셔 주민을 시작으로 선거일 당일 현장 투표가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날까지 유권자 9960만 명은 이미 사전 투표를 마쳤다. 3일 현장 투표에도 이 같은 열기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전날인 2일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4개 주 5개 도시를 전속력으로 순회하며 경주를 마무리했다. 대선 후보로서 마지막 유세는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로 잡았다. 4년 전 대선 전날 선거운동을 마무리한 곳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정을 넘겨 미시간 유세를 시작했고, 그로부터 약 24시간 뒤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이날도 4년 전과 같이 자정께(오후 11시 54분) 무대에 올랐다. 마이크를 잡은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추억을 세밀하게 떠올리며 연설을 시작했다.
"로나 맥대니얼(당시 미시간주 공화당 의장, 현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이 미시간에 한 번만 와달라고 해서 왔었다. 그런데 또 와달라고 하더라. 오늘은 12시에 왔지만, 그때는 12시 30분에 연설을 시작했다. 오늘처럼 수만 명이 온 것 같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5.1% 포인트(리얼클리어폴리틱스), 8% 포인트('538') 차이로 밀리고 있었다. 미시간은 승산이 있는 곳이 아니었지만 몇 차례 폭풍 유세 후 1만 704표, 득표율 0.2% 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까지 러스트벨트 3개 주를 모두 이기면서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던 의미 있는 곳이다.
올해 마지막 유세를 자정께 그랜드래피즈에서 잡은 것은 4년 전 마법 같은 승리를 재현하고자 하는 희망이 담겨있다고 미 공영방송 NPR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중에게 "다시 돌아오고 싶었다"며 "약간 미신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4년 전 우리가 함께 역사를 만든 것처럼 내일 우리는 다시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외쳤다. 이날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장녀 이방카 트럼프 부부 등 자녀들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담조였지만 '진다'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 자녀들을 향해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는 여러분 모두가 자랑스럽다"고 말한 뒤 농담조로 "이기지 못하면 다시는 쟤들과 말을 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언급하며 "이런 남자를 상대로 겨루는 게 내게 큰 압박감을 준다. 이런 사람한테 진다는 개념을 상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바이든이 후보가 된 것은 "요행"이며 그와 겨루는 것은 "재앙"이라고도 했다. 유세 마지막 날 멜라니아 여사는 노스캐롤라이나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펜실베이니아로 출격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가수 레이디가가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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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바이든 후보는 오하이오를 거쳐 펜실베이니아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오후 9시 피츠버그에서 연 마지막 유세에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면서 위기에 빠진 미국을 화합으로 이끌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바이든 후보는 "내일은 새로운 날의 시작"이라며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여러분 손에 있다"고 말했다. 또 "나에게 표를 준 사람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나를 뽑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적색 주(red state·공화당 지지 주)나 청색 주(blue state·민주당 지지 주)가 아니라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고 말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 비판은 멈추지 않았다. "트럼프는 월스트리트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만, 나는 스크랜턴(펜실베이니아주 고향)의 눈으로 본다"면서 "돈 많은 사람이 아닌 일하는 사람이 보상받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0년 만에 처음으로 취임할 때보다 퇴임할 때 일자리 개수가 줄어든 대통령"이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아지"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대선 후 트럼프 대통령이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을 해고하겠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우리가 트럼프를 해고하면 내가 파우치를 다시 고용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가수 레이디가가는 2일 피츠버그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마지막 유세에 함께 무대에 올랐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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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바이든 후보의 유세 무대에는 팝가수 레이디가가가 함께 섰다. 레이디가가는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중간중간 "나도 여기 펜실베이니아에 살았어요. 조 바이든도 이곳 출신이죠. 여기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해요. 얄팍한 사람들이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같은 시각 필라델피아에서 가수 존 레전드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바이든 선거캠프는 바이든과 해리스의 연설, 레이디가가와 레전드의 공연을 순차로 엮어 라이브 스트리밍을 해 마치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연출했다.
바이든이 펜실베이니아를 마지막 유세지로 선택한 이유는 서민 가정 출신이라는 정치적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자, 20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승부처, 그리고 사전 투표율 낮아 대부분의 유권자가 3일 현장 투표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CNN은 전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격차가 좁혀지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탓도 있다. RCP 발표 기준으로 닷새 전인 지난달 29일 바이든 우위는 4.3% 포인트였으나 2일엔 2.9% 포인트로 줄었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해 4월 필라델피아에서 출마 선언을 했고, 피츠버그에서 첫 유세를 했다. 첫 유세를 한 곳에서 마지막 유세도 마무리하는 일정이라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펜실베이니아에 앞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0.6% 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격전지 오하이오를 방문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번갈아 선출한 전통적인 경합주 오하이오는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득표율 8.1% 포인트 차이로 대승을 거둔 곳이다. 하지만 2일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우세는 1.4% 포인트에 불과해 민주당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걸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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