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국채매입 요구 커질 듯… 한은 ‘고용안정’ 책무추가 검토
유럽, 미국 등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차 대유행 양상을 보이면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3분기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재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호주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를 또 인하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추가적인 통화완화 조치를 시사했다.
미국 대선이 마무리되면 연방준비제도(Fed) 역할론도 다시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는 재정정책에 뒤따르는 시장금리 상승을 제어해야 한다. 누가 당선되든 경기부양책 합의가 예고된 만큼 연준의 국채 매입 확대 등의 조치에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정책 관망에 들어가는 가운데 고용안정을 주요 책무로 넣는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캔사스시티에 마련된 코로나19 확진자와 노령층을 위한 드라이브 스루 투표소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한 선거 운동단원이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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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추가적인 완화조치가 다시 대두되는 분위기다. RBA는 전날 기준금리를 종전 연 0.25%에서 0.10%로 사상 최저수준으로 인하하면서 향후 6개월간 1000억호주달러(약 80조원) 수준의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또 3년간 금리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도 내놨다. 이같은 조치는 호주가 코로나19 확대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억제하고 경제활동을 재개했지만, 고용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기업투자, 개인소비 부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ECB는 다음번 정책 회의에서 추가적인 정책 조치를 내놓을 것을 시사했다. 지난달 29일 회의에서 정책금리 동결과 자산매입 프로그램 규모 유지를 밝힌 뒤 나온 메시지다. 크리스틴 나가르드 ECB 총재는 "위험이 뚜렷하게 하방 쪽이라는 데 위원회 전체가 동의했다"며 "다음 회의에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전원이 동의했다"고 알렸다.
글로벌 초대형 이벤트인 미국 대선이 진행되면서 미 연준의 역할론도 재주목 받고 있다. 당선자와 관계없이 경기부양책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한 국채매입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저금리를 유지해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준은 4~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 예정으로, 시장에서는 12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모기지담보증권(MBS) 매입 규모에 변화를 줄지를 주목하고 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 때문에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당선이 되든 확장적인 재정정책 기조는 꾸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저금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국채 무제한 매입 등 연준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은은 당분간은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하하는 동시에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 확대,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국고채 단순매입, 특수목적회사(SPV)를 통한 저신용 회사채 매입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 조치도 연이어 시행한 바 있다. 한은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뒤따르는 국채 매입 요구에 대해서도 "시장 불안이 일어나면 적극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 한은은 그간 선을 그어왔던 '고용안정' 책무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통화정책의 주요 근거로 활용돼 왔던 물가가 코로나19 이후 더이상 실물경제와의 연결고리가 될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연준이 양대 통화정책 목표인 물가안정과 완전고용 중 고용에 더욱 무게를 실으면서 한은 주요 책무에 고용안정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더욱 힘을 얻게 됐다. 현재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 설립 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서는 이주열 총재도 "한은 목적 조항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법안이 제출되면 본격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해 이전과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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