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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향후 파장에 재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가운데 누가 당선돼도 보호무역주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철강 등 국내 주력 수출산업에는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미·중 갈등이 세계 경제 불확실성 요인으로 지속될 것인 데다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 생산기지로서 위상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중간재 비중이 높아진 국내 수출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 주도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는 낙관론도 조심스레 나온다.
국내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업계는 단기 악재, 중장기 호재로 인식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수요처 위축과 중국향 수출에 대한 미국 제재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수요 감소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반도체 굴기가 위축되는 데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장기 낙관론에도 국내 산업 기반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누가 됐든 간에 미국 내 생산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 제공이 기정사실화됐고, 이로 인해 한국 주요 수출 기업이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한국 기업이 생산기지를 국내에서 미국으로 옮겨야 하는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삼성전자 등 5G(5세대)를 필두로 한 정보기술(IT) 업계는 전망이 밝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당장 내년부터 1조달러를 투자해 통신 등 각종 인프라스트럭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 내에서 본격적인 5G 상용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화웨이 등 중국 사업자들을 배제시킬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수혜가 더 커질 예정이다.
실제로 지난달 삼성전자는 미국 1위 통신사업자이자 이동통신 매출 기준 세계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로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바이든 후보도 주요 공약으로 5G 투자와 중국 견제에 대한 의지를 밝혔지만, 트럼프가 더 강력한 중국 공급망 배제 정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각각 '기후 변화 불신'과 '클린 에너지 100%'를 정책 핵심으로 내세우며 엇갈린 행보를 보여 에너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바이든 후보는 전력부문 탄소배출 2035년 제로, 전기충전소 5만개 확충,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공약했다. 앞으로 4년간 청정에너지 인프라 사업에 2조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정유사 관계자는 "트럼트가 재선에 성공하면 유가·환율 등 불확실성이 소멸되고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어 긍정적"이라며 "그럼에도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 이슈가 해결되기 전까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에너지 기업 관계자는 "바이든은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까닭에 그가 당선되면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트렌드가 친환경이지만 당선인이 누구냐에 따라 속도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자동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는 에너지 업종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수소전기차 부문에서 현대차가 글로벌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고, 국내 배터리 3사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바이든이 당선되면 호재로 인식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트럼프가 재선되면 관세 압박 가능성이 높아져 자동차 수출 역시 그만큼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는 정권 초반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들면서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이후 실제 집행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최대 6조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다시 서랍에서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누가 당선되든 경기 부양책은 유지되고 이에 따른 차 수요 확대 요소는 긍정적인 대목이다.
철강 업계는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누구든 간에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여파는 동일하다는 판단하에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을 명분으로 철강 업종에 대한 규제를 펼쳐왔다. 지난해 6월엔 미국 상무부를 앞세워 한국산 열연강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이슈에서 자유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의 길"이라며 "대미 수출이 막힌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의 국내 공습은 또 다른 고민거리로, 이에 대한 방어책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해운 업계 역시 미국 대선 결과를 예의주시 중이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 정도에 따라 글로벌 물동량이 좌우되고, 이에 따른 업황 개선 여부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내년 미국 경기 위축, 이에 따른 한국 수출 부진 가능성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과거 30개 연도 대미 수출액 추이를 분석해본 결과 해당 기간 중 미국 대선 다음해인 8개 연도에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평균 4.2% 감소했다"며 "업종별로는 철강과 자동차에서 미국 대선 다음해 수출 성장률이 각각 평균 8.1%와 6.9% 줄었다"고 밝혔다. 통상 선거가 치러지는 해에 재선을 위해 팽창적인 재정통화 정책을 사용해 과열된 경기가 조정 수축되는 '정치적 경기순환' 때문이다.
[서동철 기자 / 원호섭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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