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 대선 다음해에는 한국의 대미 수출과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철강, 자동차, 반도체 수출이 미국 대선 이듬해 역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4일 산업통계분석시스템(iSTANS)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30년간(1988~2018년) 대미 수출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 대선 다음해(8개연도)에 대미 수출액이 전년 대비 평균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나머지 22개연도의 수출액 성장률 평균은 +8.2%로 대조를 이뤘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도 2000년 이후 5차례 중 4차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에선 1975년 터프트와 노드하우스가 처음으로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정치적 경기순환에 주목했다. 이들에 따르면 통상 선거가 치러지는 해에는 현직 대통령이나 집권당이 재선을 위해 팽창적인 재정·통화정책을 사용해 경기를 부양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대선 다음해에는 과열된 경기가 조정·수축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8년 이후 미국에선 총 8차례의 대선이 치러졌는데 이 중 1996년 대선, 2016년 대선 2차례를 제외하고 6차례는 대선 다음 해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대선이 있던 해에 비해 감소했다.
1988~2018년 총 8회의 미 대선 직후 다음 해 중 5회 역성장했다. 2009년에는 금융위기의 여파로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률(-18.7%)을 기록했고, 2013년에는 직전 해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으로 비교적 큰 폭의 플러스 성장률(6.0%)을 기록했다. 금융위기의 여파가 있던 2009년을 제외하더라도 대선 다음 해의 전년 대비 성장률 평균은 -2.1%였다.
산업별 수출 실적을 보면 변화 폭이 가장 큰 산업은 철강이었다. 철강 산업은 미 대선 다음 해에는 평균 -8.1%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나머지 해에는 20.7% 성장해 차이가 28.8%포인트에 이르렀다. 철강은 경기에 민감하고 미국의 보호무역조치(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가 가장 많이 이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역시 미 대선 다음 해에는 평균 -6.9% 성장률을 보였으나 나머지 해에는 13.8%로 차이가 20.7%포인트에 달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도 미 대선 다음해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2000~2019년 성장률 평균은 29.8%인 데 비해 미 대선 다음해 성장률은 5차례 사례 중 4차례에서 전년 대비 투자가 줄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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