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시위대가 미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많은 아프리카인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보고 재미있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상원의원인 셰후 사니는 "아프리카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배우곤 했다. 아메리카는 이제 아프리카의 민주주의를 배우고 있다"고 트윗에서 밝혔다.
AP 통신은 이와 관련, 아프리카는 선거에 문제가 있다라는 미국의 비판에 익숙했던 아프리카인의 일부 공통된 견해를 반영한다고 전했다.
짐바브웨 집권당(ZANU-PF)의 대변인인 패트릭 시나마사는 "우리는 이전 노예 주인들로부터 민주주의를 배울 게 없다"고 말했다.
최근 사기와 폭력으로 얼룩진 자국 선거를 본 아프리카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도 안 나왔는데 승리를 선언하고 사기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 자국 지도자들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니의 한 자동차 부품 딜러인 모리 케이타는 "트럼프는 아프리카와 우리같은 나라에 나쁜 선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니 대선에선 현직 대통령이 논란 끝에 3선에 성공한 전후로 수십 명이 항의 시위에서 사망했다.
기니의 한 광업회사 중역인 바키르 디알로는 "정말 망신스럽다. 이런 혼란은 바나나 공화국에나 어울릴 법하다"고 말했다. 바나나 공화국은 정치가 불안정하고 가난한 소국들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표현이다.
5일 미 대선 상황을 보도하고 있는 남아공 한 매체 웹사이트 |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개표 과정에서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다른 사람들은 늘 아프리카 민주주의에 훈계를 두던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큰 아이러니를 느꼈다.
코트디부아르 주재 미국 대사관이 4일 역시 이웃 기니와 비슷한 대선 논란에 대해 대화와 법치를 촉구하자 많은 반응이 쏟아졌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주변의 반응이 미국에 대해 '사돈 남 말한다'라는 식이라고 전했다.
탄자니아의 한 판매원인 티토 키시야는 "우리가 트럼프에서 보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 정치에서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하지만 이런 일을 미국에서 보는 것은 무섭다"고 말했다.
탄자니아도 지난주 대선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비판을 받았다.
그래도 일부는 미 대선에서 애써 긍정적인 점을 찾았다.
코트디부아르의 한 학교 교사인 비비안 아세케는 미 대선에 대해 "평온하고 폭력이 없다"고 말했다. 코트디부아르에선 대통령이 비헌법적이라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선을 달성한 이후 시위 과정에서 10여 명이 사망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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