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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2020 미국 대선

4년 전과 정반대 러스트벨트 표심…샤이 트럼프, 히든 바이든에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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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시간·위스콘신서 역전

트럼프 찍었던 저학력 백인 이탈

10월 코로나 기록적 확산도 영향

중도, 일부 공화당원도 ‘타도 트럼프’

중앙일보

지난 1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팻말을 든 흑인 소년.바이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에서 선전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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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정말 돌아오는 걸까. 4년 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외면했던 미 북부 러스트벨트의 표심이 돌아왔다. 이번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빼앗겼던 러스트벨트 유권자 상당 부분을 되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러스트벨트의 3개 경합주로는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을 꼽는다. 뉴욕 타임스(NYT), CNN, 폭스뉴스 등은 바이든을 이미 미시간과 위스콘신의 승자로 선언했다. 개표율과 이미 득표한 표 등을 고려했을 때 바이든이 이미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5일 오전 6시(현지시간) 기준으로 미시간에서 바이든과 트럼프는 각각 50.4%(약 276만 명)와 48.0%(약 263만 명)를 득표했다. 같은 지역에서 4년 전에는 클린턴이 47.4%(약 226만 명), 트럼프가 47.6%(약 227만 명)를 획득했다. 투표율 상승으로 양 진영 모두 2016년보다 많은 표를 얻긴 했지만 바이든이 클린턴보다 50만 명을 더 끌어모았다. 트럼프의 득표는 36만 명 늘었다.

위스콘신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49.4%(약 163만 명)로 트럼프 대통령(48.8%·약 160만 명)에게 앞섰다. 4년 전(클린턴 47.0%·약 138만 명, 트럼프 47.8%·약 140만 명)과 비교하면 역시 바이든의 분발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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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는 청년들이 4일 백악관 인근 ‘블랙 라이브스 매터(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플라자’에서 춤추고 있다. 이들은 바이든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커지자 환호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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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50.7% 대 48.1%로 앞서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승자로 예측한 언론사나 기관은 없다. 펜실베이니아는 6일까지 우편투표를 접수하기 때문에 아직 승부를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층이 많기 때문에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많은 러스트벨트는 원래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곳이었지만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가 “공장과 일자리를 되돌리겠다”고 약속하며 ‘변심’을 이끌어냈다. 오바마 행정부의 자유무역 추진으로 자동차산업 등이 타격을 입어 러스트벨트가 쇠락했다는 트럼프의 공격 포인트가 먹힌 측면도 있었다. 이에 여론조사에는 잡히지 않았던 ‘샤이 트럼프’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소에 나왔다.

하지만 CNN은 에디슨리서치의 출구조사를 인용해 당시 트럼프를 지지했던 러스트벨트의 저학력 백인 남성들이 이번에는 대거 이탈한 게 바이든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2016년 학위가 없는 백인 남성 중 71%는 트럼프, 23%는 클린턴에게 투표해 48%포인트나 차가 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와 바이든 간 차가 37%포인트로 줄었다. 바이든이 이들의 표를 상당수 탈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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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개표 중간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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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벨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피해가 컸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6~7월 확산세가 정점에 달했던 다른 지역과 달리 위스콘신과 미시간은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10월 확산세가 기록을 경신하며 야전병원을 여는 등 사태가 심각해졌다. 미 대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책임한 방역 정책에 실망한 이들이 대거 ‘히든 바이든’으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또 2016년에는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당 지지자가 많았다. 클린턴이 사전 여론조사에서 워낙 앞섰던 데다 e메일 스캔들 등으로 거짓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찍고 싶은 후보가 없다”며 등을 돌린 유권자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4년간 트럼프의 실정을 심판하겠다는 민주당 지지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한 데다 ‘타도 트럼프’ 기치하에 중도층과 일부 공화당 유권자까지 합세해 바이든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미 전역을 휩쓴 인종차별 철폐 시위 등 흑인 민권운동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흑인 투표율은 20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2012년 66.2%에서 2016년 59.6%로 6.6%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2016년 당시 러스트벨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포인트 미만의 차로 승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미 언론들은 흑인들이 사전투표에 대거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현재 흑인 미국인 유권자 수는 약 3000만 명으로 이들 중 3분의 1 이상은 경합주로 분류되는 9개 주(애리조나·플로리다·조지아·아이오와·미시간·노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에 거주하고 있다. 미 선거 전문가들은 올해 흑인의 투표율 증가는 러스트벨트에서 바이든의 승리를 도울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CNN은 올해 내내 논란이 된 백인 경찰의 진압 방식에 대한 불만,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사태, 대법원이 오바마 케어(Affordable Care Act)를 뒤집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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