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진정한 새 보수 대통령 선출해야"
매카시 원내대표는 "침묵 안할 것" 반발
트럼프 아들들도 "배신 잊지 않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실에서 발언하던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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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의 멍에를 짊어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무원’ 처지에 놓였다. 대선 전까지만 해도 겉으로나마 자신을 지지했던 공화당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4년 후를 기약하려면 대선 패배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지우고 ‘트럼프 색깔’ 빼기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끝장 승부’를 촉구하는 반발 세력도 만만치 않다. 공화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분위기다.
미 CNN방송은 7일(현지시간) “공화당 의원 대다수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가 선거 불복을 주장하며 대선 결과를 연방대법원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여당 의원들이 이를 돕기는커녕 되레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투표를 개표하는 데 며칠이 걸리는 것은 합법적이며 (대통령 주장처럼) 사기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루비오 의원은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에 밀려 중도 하차했고, 2024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유력 인사 중 하나다.
롭 포트만 상원의원 역시 “우리는 헌법에 따라 주(州) 입법부에서 정한 규칙을 존중하고 그에 맞춰 실시된 모든 투표 용지가 집계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소속인지, 조 바이든 당선인 캠프 인사들인지 착각이 들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인 밋 롬니 상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선거가 조작됐고 부패했고 도둑맞았다고 하는 건 잘못”이라고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입법에 반영했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마저 발을 빼기 시작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정 싸움을 예고한 5일 취재진에게 “대선 승리 주장과 개표 집계를 끝내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튿날에도 “대통령 발언이 국가의 제도적 기반(민주주의)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당내 경고가 적지 않다”며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AP통신은 “매코널 원내대표가 대선 불복까지 시사하는 대통령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평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의사는 과장된 주장”이라며 그를 ‘골칫거리’로 묘사했다. 공화당 책임론도 제기했다. 그는 “공화당은 이제 인격적 시험에 직면했다”면서 “다시 진정한 보수당의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적통’이 아니라고 확인사살을 한 셈이다.
반면 측근 그룹을 중심으로 “승복하지 말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강경론도 여전하다. 캘리포니아에서 재선에 성공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공화당원들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법적 투표를 보호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바이든 당선인의 득표율이 80%를 넘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등을 언급하며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역시 “민주당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주전론자들의 공통점은 증거를 대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 서클’인 가족들도 공화당 의원들의 태세 전환을 맹공하고 나섰다. 차남 에릭은 트위터에 “공화당은 어디에 있느냐. 우리 유권자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법정 다툼에 50만달러를 기부한 그레이엄 의원을 향해 “줏대가 있다”고 했다.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역시 “2024년 꿈을 꾸는 사람들의 행동이 놀라울 정도”라고 여당 잠룡들의 손절을 비난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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