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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연기된 WTO 사무총장 선출…유명희 '명예로운 퇴진'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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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회의 연기…당초 9일 최종 후보 추대키로

美, 나이지리아 후보 거부하면서 논의 길어져

바이든 당선으로 곧 정부 발표 나올 가능성 높아

전문가 "빠른 결정이 유 본부장에게 영예로울 것"

뉴시스

[AP/뉴시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최종 3차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나이지리아 후보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오른쪽). 20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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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관련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 표면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 속을 들여다보면 미국이 유력한 후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견해도 많다.

현재 미국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밀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대세에 따라 '명예로운 퇴진'을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일방적인 결정은 미국과의 관계를 무시하는 꼴이 된다. 정부의 고민이 길어지는 이유다.

9일 WTO 사무국에 따르면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일반이사회 회의는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된다. 공식 회의는 미뤄졌지만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선출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회원국들과의 물밑 협상을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이날 열리는 회의에서 최종 사무총장 후보가 추대돼야 했다. 미국의 반대가 없었다면 앞서 진행된 회원국 선호도 조사에서 많은 표를 받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이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선호도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에 오콘조이웨알라의 입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른 회원국들 입장에서는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격이다.

또한 사무총장 선출에는 모든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 본부장이 사퇴를 결정해도 사무총장 자리는 오랜 기간 비워질 수 있다.

미국은 WTO 운영에 번번이 딴지를 걸어왔다.

WTO 분쟁 해결의 최종심을 담당하는 상소기구 위원들의 선임을 지속적으로 반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WTO는 지난해 말부터 상소기구 운영을 멈췄고 사실상 분쟁해결 기능을 상실했다.

전임인 호베르트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돌연 사임을 결정한 이유도 WTO의 위상 저하가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등 비교적 '잘 사는 나라'가 개발도상국 특혜를 받고 있음에도 WTO가 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해왔다.

전문가들은 승세가 기울었다면 적당한 시기에 사퇴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칫 결정이 늦어지면 국제사회에 미국에 휘둘리는 나라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WTO 단합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상대 후보가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정부가 빠른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 유 본부장 본인에게도 영예로울 것"이라고 전했다.

뉴시스

[윌밍턴=AP/뉴시스] 7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손에 마스크를 든 채 지지자들을 향해 웃고 있다.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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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조만간 정부의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조 바이든 후보는 WTO 다자체제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바이든 정권은 WTO와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기존 규범과 충돌하는 무역구제 조치, 수입 규제 등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동맹국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보다 타협점을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점은 변수다.

현재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 굵직한 사안들을 처리해왔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미국은 이례적으로 사무총장에 특정인을 거론하면서 WTO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USTR 임기가 보장되는 동안에는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유 본부장의 사퇴 여부와 관련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WTO 회원국들의 의사와 미국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uss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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