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선거라는 주장을 거둬들이라"(뉴욕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나서자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이든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던 매체뿐 아니라 이른바 친(親) 트럼프 매체들마저 가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을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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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매체는 폭스뉴스다. 대선과정에서 줄곧 트럼프 대통령의 편에 섰던 폭스뉴스는 개표 방송에선 다른 행보를 보였다.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이던 애리조나에서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자 가장 먼저 바이든의 승리를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 선거 주장에도 회의적인 논평이 잇따랐다. 1차 대선토론의 사회자를 맡기도 했던 앵커 크리스 월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결과에 대해 법적 도전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수많은 소송이 성공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선거 결과를 뒤집을 만큼의 선거 사기의 정황도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하게 지지해 온 진행자 로라 잉그러햄도 “불리한 결과를 수용해야 할 때가 되면 우아함과 평정심을 잃지 않으며 그렇게 해야 한다”며 “이 나라가 전진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의 유산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가 10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첫 대선 TV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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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보수성향의 미 대중지 뉴욕포스트 역시 사설을 통해 “대선 패배를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매체는 ‘당신의 유산은 안전하다. 도둑맞은 선거라는 주장을 거둬들여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4년 동안 국가와 세계를 위해 한 일에 자부심을 가지라”면서 이른바 '우아한 퇴장'을 촉구했다. “바이든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퇴장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공적은 2024년 재선을 위한 유산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뉴욕포스트는 대선 과정에서 바이든 아들의 이메일 유출 보도를 통해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매체다.
바이든을 지지했던 주요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을 더 매섭게 몰아붙였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받아 인상적 승리를 거뒀다”며 트럼프의 부정 투표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분열에 대한 저항이자 미국 민주주의 회복력에 대한 증거”라며 “트럼프는 근거 없는 소송과 거짓 주장으로 바이든의 승리를 불법으로 간주하려 한다”고 일갈했다. 바이든 당선인을 향해서는 “트럼프 재임 기간 무너진 제도와 규범을 강화하는 게 첫 번째 임무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의 민주적 토대를 훼손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꼬집으며 “독재 국가주의의 속내를 본 미국인들이 벼랑 끝에서 물러서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올렸다가 삭제한 트위터. 머토는 2000년 워싱턴 타임스가 1면에 민주당 대선 후보 앨고어를 당선인처럼 보도됐다는 사진(왼쪽)을 올렸으나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팀 머토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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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에도 트럼프 캠프 측은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며 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선거 캠프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팀 머토는 8일 트위터에 2000년 대선에서 패배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 선서하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머토는 2000년 11월 8일 워싱턴타임스 1면에 게재됐던 사진이었다면서 “대통령은 미디어가 결정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당시 워싱턴타임스가 고어가 대통령이 된 듯 보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다며 현재 바이든의 당선 또한 확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머토가 올린 워싱턴타임스 1면 사진은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워싱턴타임스는 트윗을 통해 “그 사진은 조작된 것이다. 워싱턴 타임스는 ‘고어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사진을 실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머토가 이메일로 전송된 가짜뉴스에 속은 것 같다”고 전했다.
NYT와 악시오스 등은 20년 전 워싱턴타임스 1면에는 부시 전 대통령의 사진이 게재됐었다며 트럼프 대통령 선거 캠프의 도 넘은 언론 공격이 오히려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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