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發 천도론에 치솟는 집값
7월 이후 84㎡ '10억 클럽' 속출… '중저가' 6억 미만 매물은 실종
올 세종 아파트값 39.57%↑, 전세는 43.24%↑
대전도 14.4% 동반 상승효과
"천도 몇십 년 걸릴지 몰라… 지나친 투자는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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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이 서울 여의도 국회를 본회의장과 국회의장실만 남기고 모두 세종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종시 일대 부동산 시장이 다시 한번 들썩거릴 조짐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7월 이후 가뜩이나 치솟은 세종시 일대 집값에 기름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세종시 일대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종시 일대 84㎡(전용면적)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곳곳에서 10억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수도권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시켜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제기한 '천도론'이 시장 안정은커녕 특정 지역의 부동산 시장만 들쑤셔 놓은 셈이다.
세종시 일대에서 처음 84㎡ 아파트 실거래가가 10억원을 넘어선 곳은 새뜸마을 11단지다. 천도론이 제기된 지 나흘만인 7월27일 11억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이어 8월에는 어진동 '더샵레이크파크' 같은 면적이 10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지난달 18일에는 다정동 '가온마을 10단지'도 10억1000만원에 실거래되며 '1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세종 새롬동 새뜸마을11단지 '더샵힐스테이트' 전경 (사진=이춘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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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주택' 기준으로 불리는 6억원 미만 매물도 실종된 지 오래다. 세종시(읍·면 지역 제외) 아파트 단지 중 아직 84㎡ 실거래가가 6억원 미만인 단지는 중촌동 가재마을 3단지와 고운동 가락마을 3단지 정도뿐이다. 하지만 중촌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는 "옛날 가격"이라며 "지금 그 가격에 내놓으려는 집주인도 없고, 매수자도 그 가격을 바라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가재마을 3단지는 지난 7월 5억8000만원이 마지막 실거래이고, 가락마을 3단지도 지난 8월 이후 거래가 없는 상태다.
특히 시장에서는 국회 이전 방안이 세종시 집값을 더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롬동 B공인 관계자는 "안 그래도 치솟던 세종 집값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며 "국회 이전 계획이 구체화됐다는 이야기에 문의 전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가격지수에 따르면 세종의 집값은 지난 2일 기준 올해 들어 39.57% 뛰어올랐다. 인근 지역인 대전이 동반 상승효과로 14.4%의 누적 상승률을 보인 것을 제외하면 다른 시·도가 모두 한 자릿수 상승률에 그친 것과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전세가격 역시 43.24% 상승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각각 지난해 같은 시기 기준 3.68%와 5.13%의 누적 하락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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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세종의 집값 상승 요인이 단지 이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종 행복도시 조성 초기에는 거주 인프라 미비를 이유로 대전 등 주변 지역에 살면서 세종으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7월 세종충남대병원이 문을 여는 등 인프라가 속속 갖춰지면서 최근에는 오히려 대전, 청주 지역 수요도 세종시로 몰려드는 상황이다.
이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 거주인구는 34만9894명이다. 2012년 7월 10만2267명의 인구로 세종시가 출범한 이후 3배가 넘게 늘었다.
다만 지나친 급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정동 C공인 대표는 "지금은 올라도 너무 오른 상태"라며 "도시 개발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고, 천도도 사실 몇십년이 걸릴지 모르는 사안인 점을 감안하면 지나친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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