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수도 런던에서 각료회의 참석을 위해 총리 관저를 나서고 있다.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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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 아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서둘렀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미국의 정권 교체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를 계승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과거 오바마 정부에 인종차별적인 비난을 퍼부었던 존슨과 협력을 약속하면서도 브렉시트 이행 협상이 제대로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B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은 10일(현지시간) 유럽 정상들 가운데 첫 번째로 존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존슨은 약 20~25분의 전화 통화에서 바이든의 승리를 축하했고 바이든은 이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양국 간의 "특별한 관계"를 강화하고 상호간의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자고 밝혔다.
존슨이 못마땅한 바이든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래 전부터 좋지 않았다. 취임 전에 우파 하원의원이자 브렉시트 운동을 주도했던 존슨은 2016년 영국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을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인종 차별하는 글을 썼다. 그는 오바마가 브렉시트 반대를 시사하자 "오바마는 부분적으로 케냐 혈통이 섞여있는 대통령"이라며 "그래서 조상 대대로 대영제국을 싫어하는 거다"라고 비꼬았다. 케냐는 영국 식민지였으며 1963년에 독립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바이든은 트럼프와 매우 가깝게 지냈던 존슨을 좋게 보지 않았다. 트럼프는 유럽연합(EU)과 무역협상 없이(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강행하려는 존슨을 적극 지지했다. 트럼프는 영국이 만약 EU와 지금 같은 무역 관계를 유지한다면 브렉시트 이후 미국과 새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바이든은 지난해 12월 선거 모금 행사에서 "존슨은 트럼프의 복제품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정권 인수위에 따르면 아일랜드 이민자 후손인 바이든은 10일 통화에서 벨파스트 협정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재확인했다. 영국은 1998년 아일랜드와 평화협정인 벨파스트협정을 체결하며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나머지 아일랜드의 자유로운 물류 및 인력 이동을 보장했다. 영국과 EU는 지난해 브렉시트 협정에서도 2025년까지 북아일랜드에 이중지위를 부여해 EU에 속한 아일랜드와 물류가 막히지 않도록 했다. 영국은 지난 1월 말에 EU를 탈퇴했지만 올해 말까지 이행 기간을 설정하고 기존 무역 규범을 유지하면서 향후 미래 관계를 협의하기로 했다. 브렉시트 협정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지역은 올해 말 이행기간이 끝나도 당분간 EU의 무역 규제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존슨은 지난 9월 해당 조항을 무력화하는 국내시장법을 발표하고 EU가 동의하지 않으면 노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벨파스트 협정 역시 사실상 파괴된다.
'독불장군' 존슨, 기세 굽힐까
존슨은 트럼프 정부의 FTA 약속 덕분에 노딜 브렉시트를 내세우며 EU를 위협할 수 있었다. 앞서 바이든과 미 민주당 지도부는 벨파스트 협정이 깨진다면 영국과 FTA를 맺을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존슨은 10일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의 무역정책에 아주 관심이 많으며 그들의 협상가들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어떤 미 정부와 무역 협상을 하더라도 해당 과정이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문제가 된 국내시장법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며 "우리는 북아일랜드에 평화를 가져온 벨파스트 협정이 브렉시트의 희생양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존슨은 "영국과 미국의 무역협정은 벨파스트 협정을 존중하고 북아일랜드의 자유로운 통행이 보장되는 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EU와 영국은 이행기간 종료가 2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EU는 지난달 존슨의 노딜 브렉시트 위협에 한 발짝 양보하고 다시 협상을 진행했으며 이달 15일까지 합의를 내놓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다. 미셸 바르니에 EU 수석 협상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정경쟁 여건과 각종 규범, 어업권 등에서 매우 심각한 의견 차이가 남아있다"고 적었다. 이어 "EU는 모든 시나리오에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의 EU 관계자는 10일 영국 스카이뉴스를 통해 새로 정권을 잡은 바이든이 FTA를 볼모로 존슨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예측했다. 이에 영국 총리 관저의 다른 관계자는 "만약 EU가 바이든이 영국의 생각을 고칠 수 있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라고 반박했다. 다른 관계자는 "존슨 정부의 브렉시트 계획은 미국이 시켜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영국의 자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며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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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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