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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TF현장]음식점 건물주 '갑질' 논란…비오면 줄줄 새고 천장 붕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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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의 한 자영업자 A 씨가 임차 초기부터 건물 누수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며 건물주와 그의 관리인에게 수십차례에 걸쳐 수리를 요구했지만 이들은 이를 무시했고 결국 영업도중 천장 일부가 붕괴됐다. /전주=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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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동안 수리 요구 무시하고 건물 누수로 천장 붕괴되자 "알아서 수리하라"는 건물주

[더팩트 | 전주=이경민 기자] 전북 전주의 한 음식점 건물이 빗물 누수로 인해 천장이 붕괴되고 누전이 발생하는 등 안전에 큰 위협을 받고 있지만 정작 건물주는 수리를 임차인에게 떠넘기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12일 전주시 고사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비가 더 무섭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그나마 손님을 기다릴 수 있지만, 비가 오면 가게 천장에서 빗물이 쏟아져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역대급 장마가 들이닥쳐 54일 동안 천장에서 무자비하게 빗물이 새는 통에 두 달간 장사를 할 수 없어 생계까지 막막했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건물주는 수리는 뒷전이고 월세만 꼬박꼬박 납부하라고 독촉만 하고 있어 주변 상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A 씨가 빗물이 새는 가게를 임차한 것은 지난 2018년 1월.

당시 A 씨는 계약서 작성 후 가게 인테리어에 들어가서야 누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A 씨는 "누수 흔적이 심해서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보수를 요청했지만 '누수 흔적만 있을 뿐 직접적인 누수 사실이 없기 때문에 수리를 해줄 수 없다'는 건물주의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 줄줄 새는 빗물 양동이로 받아 가며 손님 받은 임차인 A 씨

찜찜함 마음이 들었지만 그간 좋은 임대인을 만나 열심히 일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왔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얘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음식점 영업에 들어간 A 씨.

하지만 A 씨의 이런 희망은 얼마 가지 못하고 내리는 봄비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져 건물주와 관리인에게 수차례에 걸쳐 누수공사를 요청했지만 그들은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A 씨는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빗물 밑에 양동이를 받치고,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며 영업을 이어갔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사이 누수는 점점 심해졌고 결국 빗물이 배선을 타고 흘러들어가 누전을 일으켜 가게 문까지 닫게 된 상황.

A 씨는 "빗물 누전으로 인해 불이 날까 봐 너무나 놀랐어요. 가게 문을 닫아놓고 꼼꼼히 살펴보니 누수가 천장 전체로 진행돼 갈라지기 시작했어요. 이러다가 천장이 무너져 내릴까 봐 임대인과 관리인에게 보수를 요청했지만 보수를 해주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빗물 누수로 장사가 어렵다고 호소해도, 건물주는 "안타깝다는 말 밖에 못 드리네요"라는 답변을 내놔 상식적인 사람은 아니구나라고 짐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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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와 공인중계인이 임차한 건물 누수로 인해 건물주에게 수리를 요청해도 무시하고 '임대료 입금'만 요구하고 있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대화내용. /전주=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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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누수로 가게 천장 붕괴되자 "알아서 고쳐라"는 건물주

A 씨의 가게는 누적된 누수로 인해 지난 7월 말쯤 영업 도중 천장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붕괴된 곳에 손님이 없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A 씨는 "당시 천장 붕괴와 빗물 누수로 인해 전자제품과 식자대 및 식탁 등이 파손돼 건물주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내부 수리도 요청했지만, 건물주는 '장사하는 사람이 알아서 고쳐야 하는 것 아니냐. 나도 그랬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면서 "이는 명백히 임대인의 의무 위반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A 씨가 계속 받은 문자는 '임대료 입금 부탁해요'라는 반복된 문자 메시지뿐.

결국 A 씨는 장사는 할 수 없으면서도 월세는 꼬박꼬박 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억울해 건물주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한다.

A 씨는 "빗물이 새는 장소를 피해 테이블을 배치하고 옆에 양동이를 두고 영업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단골손님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일했지만, 이제는 이런 고마운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건물주의 갑질로 망가져 버린 매장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십여 년 넘게 자영업을 해 온 시간들이 너무 허무하고 억울함에 분노가 터져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A 씨는 "같은 건물의 지하 1층과 지상 1층의 임차인도 누수 문제로 건물주와 오랜 기간 분쟁 중인 상황이다"면서 "뻔뻔하게 건물주라며 갑질을 하고 있는 임대인을 상대로 약자인 을의 입장인 임차인인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예전의 제 자리를 찾기 위해 억울함을 알리는 일뿐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건물주 B 씨는 "늦게 방수 공사를 했는데 시작 하자마자 장마가 와서 골치가 아팠다. 내가 앞전에 이곳에서 장사를 했었고 그때는 문제가 없었다"면서 "이후 A 씨와 임대차 계약 당시 '관리비를 받지 않는 대신 건물에서 벌어지는 일은 각자 책임진다'는 특약사항을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B씨는 여기에 "(천장 붕괴 이후) 임대료도 50%를 삭감해 줬는데도, 내가 앞전에 시설한 것을 (500만 원 주고)인수해놓고 (건물 누수로 인해)천장이 붕괴돼 피해를 입었다고 내용증명을 보내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최악의 인간을 만난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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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오면 빗물이 줄줄 새어 들어와 영업을 할 수 없는 A 씨의 음식점. /전주=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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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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