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트럼프 지지자 워싱턴 시위도 예고
바이든, 민주당과 코로나 경기 부양안 촉구
일본 가면ㆍ장난감 업체 오가와사의 한 여직원이 12일 사이타마시 사무실에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얼굴 모습의 가면을 제작하고 있다. 사이타마=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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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대선이 끝난 지 열흘이 다 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결과 불복 ‘몽니’는 여전하다. 그는 국방부에 이어 국토안보부와 중앙정보국(CIA) 등 핵심 기관 내 눈엣가시 관료들을 쫓아내면서 행정부 내 긴장도를 끌어 올렸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민주당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부양안 조기 통과를 요청했지만 공화당부터 요지부동이다.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게 바이든 당선인 측 권력 인수 기조이나 여건이 완전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의 점심, 국무ㆍ재무장관 면담 등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중국 주요 기업 31곳 대상 투자 금지 제재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하루 전 재향군인의 날 알링턴국립묘지 참배에 이어 이틀째 평상시 대통령처럼 보낸 셈이다.
하지만 이날도 대부분 시간은 선거 불복 여론을 조성하고 대통령직 인수를 방해하는 데 쏟았다. 그는 오전 일찍부터 트위터를 시작해 점심 전까지 42개의 글을 올리거나 리트윗(다른 사람이 올린 글 다시 올리기)했다. 이어 오후 11시 넘어서도 트윗을 또 쏟아냈다. 대부분 이번 대선에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패배 책임을 친(親)트럼프 성향 방송사인 폭스뉴스에 돌리는 글도 게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료 조직 다잡기도 이어갔다. 미 CNN방송은 “국토안보부 산하 당국자 2명이 백악관으로부터 사임을 강요당했다”고 폭로했다. 로이터통신은 크리스토퍼 크렙스 사이버안보ㆍ기반시설안보국장도 해임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또 지나 해스펠 CIA 국장도 해임 직전이라고 전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쳐낸 뒤 충성파로 국방부 주요 보직을 채워 우려를 샀던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불복 이후 국정 장악에 필요한 주요 자리를 또 흔든 것이다.
특히 선거 불복에 동조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14일 워싱턴 시내에서 ‘100만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행진’을 갖기로 하면서 전운도 고조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바이든 당선이 확정되면 2024년 대선 출마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는 측근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선 승리가 선언된 7일 워싱턴 백악관 앞 거리에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몰려나온 시민들이 가득하다. 워싱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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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차기 대통령 행보를 이어갔다.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당선인은 각 국 정상 통화에 이어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과 통화하며 “모든 인간이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공동의 믿음 아래 소외되고 가난한 자를 돌보고,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며, 이민자와 난민을 환영ㆍ통합하는 문제 등에 있어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통화 후 코로나19 부양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이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경기부양안 의회 통과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공화당 의원들까지 나서 당선인 정보 브리핑을 요청하면서 국정 인수 공백을 줄일 가능성도 높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총무청(GSA)이 승리 확정을 거부하면서 국가정보국(DNI)의 당선인 브리핑도 개시되지 못한 상태다. 이에 공화당 상원 2인자 존 튠 원내총무,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이 정보 브리핑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게다가 이날 오후 국토안보부 선거 관련 부서가 “선거 부정 증거가 없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도 바이든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준 소식이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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