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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넘어야할 4가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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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 인수 산넘어 산 ◆

매일경제

국내 1위 항공사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KDB산업은행과 손잡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13일 두 항공사 항공기들이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활주로를 오가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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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항공업계, 금융권, 투자업계, 정부 등에서 수많은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위기에 빠진 항공산업을 되살려야 한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식에 대해서는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인수를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13일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면 정부로서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산은이 추진하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정부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반면 이날 대한항공 모기업 한진칼의 주요 주주인 KCGI는 법무법인 한누리를 통해 "산은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는 것이 현 경영진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임직원 고용, 항공안전 문제 등 고객 피해와 주주 및 채권단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산은 등은 한진칼에 1조원 규모 자금을 수혈하고 해당 자금을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인수 방식이 현재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칼에 산은이 오너 일가 백기사로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 같은 KCGI 주장은 금융권과 투자업계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복수의 금융권 전문가는 "현재 거론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KCGI는 자금 수혈이 절실한 대한항공에 산은이 자금을 투입하고, 그 이후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방식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특혜 논란에 더해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주장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법적 행동에 나설 경우 거래 방안에 대한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항공산업 국유화 관련 논란도 문제다. 결과적으로 산은이 한진칼을 통해 국내 양대 항공사를 지배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시장 논리가 아닌 정부나 정치 논리가 항공경영에 투영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산은이 어떤 식으로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게 될지와 관계없이 의결권은 제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민간 기업을 상대로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사태가 항공산업에서도 산은을 통해 재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글로벌 항공업계 트렌드는 국영화가 아닌 민영화다. 김강식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글로벌 항공산업은 민영화가 대세"라며 "국책은행의 항공사 지배는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만일 항공사가 부실해져 다시 정부가 지원한다면 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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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2위 국적항공사 결합에 따른 독과점 논란은 또 다른 숙제다.

한국항공협회 항공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진 계열 항공사(대한항공·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 항공사(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의 올해 1~10월 국내·국제선 합산 점유율은 수송객 기준 59.0%, 화물 기준 69.7% 수준이다. 특히 미주, 한일, 한중 등 핵심 노선에서는 점유율이 75%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기업 결합을 최종 심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회사가 결합해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점유율이 75%를 넘어서는 경우엔 승인을 불허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악의 경우 공정위 심사에서 불허 결정이 나와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공정위는 단순히 점유율만으로 경쟁 제한성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이른바 '회생 불가 회사 항변'이 인정되면 기업 결합이 승인될 수 있다. 회생 불가 회사 항변은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보다 기업 결합 승인을 통해 그 회사의 자산을 시장에서 계속 활용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제도다.

지난 4월 공정위가 승인했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건처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 결합 외에는 회생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게 핵심이다. 과거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독점 문제가 불거졌지만, 기아차가 회생 불가 기업으로 인정되면서 기업 결합이 승인된 바 있다.

일각에선 조건부 승인 등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핵심 노선의 운수권 매각 등 사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조건이 달릴 공산이 크다. 기업 결합의 실익이 떨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조건 없이 승인이 이뤄지면 대한항공에 특혜를 줬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반면 항공산업에서 국내 항공사 간 경쟁이 아닌 글로벌 항공사 간 무한 경쟁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기계적 독과점 판단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이번 빅딜을 계기로 현재 공급 과잉 상태에 처한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재편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국내 항공 시장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2개 대형항공사(FSC)와 7개 LCC로 구성돼 있는데, 시장 규모에 비해 항공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이들 항공사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모두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허 교수는 "비록 현재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지만 성장 욕구가 강한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국내 LCC 판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에어부산·에어서울까지 그대로 인수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LCC 판도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허 교수는 "현재 공급 과잉 우려가 큰 LCC업계가 과점 체제로 이행하고 FSC는 1사 체제로 재편되면 국내 항공산업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브랜드 존속 여부, 이에 따른 마일리지 활용 가능 여부가 궁금증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양사 브랜드가 그대로 유지되는 방향으로 산업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얼라이언스로 묶인 글로벌 항공사 간 동맹은 운항편 공유, 마일리지 공유 등 이유로 쉽게 탈퇴하기 어렵고, 이는 국가 간 신뢰 문제이기도 하다"며 "스카이팀, 스타얼라이언스 등 양사가 속한 글로벌 대형 항공 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가지 않는 한 양사 브랜드가 그대로 유지되고, 마일리지 역시 개별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 / 한우람 기자 / 백상경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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