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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7 (월)

이슈 미국 흑인 사망

오바마 전 대통령 “‘백악관의 흑인’에 겁먹은 미국인, 트럼프가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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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공화당도 유색인종에 대한 반감과 외국인 혐오 등을 중심부로 끌어왔다’ 맹공 /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2011년 벌어진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작전을 지지

세계일보

오바마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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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곧 출간되는 회고록에서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에 위협을 느낀 백인의 두려움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극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도 유색인종에 대한 반감과 외국인 혐오 등을 중심부로 끌어왔다며 맹공했다. 자신이 취임할 때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정권인수에 적극 협력했다며 대선불복을 고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시키기도 했다.

12일(현지시간) CNN방송은 닷새 뒤 출간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786쪽 짜리 회고록 ‘약속의 땅'을 입수해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나라는 존재가 저 안쪽의 공포, 자연스러운 질서가 방해받았다는 느낌을 촉발한 것 같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위법한 대통령이라는 주장을 퍼뜨리기 시작할 때 트럼프는 이걸 잘 알고 있었다. ‘백악관의 흑인’에게 겁먹은 수백만의 미국인들에게 트럼프가 인종적 우려에 대한 묘약을 약속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비판을 트럼프 대통령에 한정하지 않고 공화당 전반으로 확장했다.

공화당 내 강경보수 세력 ‘티파티’의 지지를 기반으로 2008년 대선 당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에 나선 것을 거론하면서 "페일린을 통해 공화당 주변을 맴돌던 외국인 혐오와 반(反)지성, 망상적 음모론, 흑인과 유색인종에 대한 반감이 중앙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해 제기했던 출생지 논란 역시 첫 흑인 대통령에 대한 백인들의 우려에 호소하려는 공화당의 시도가 과장된 버전으로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트럼프나 (공화당 하원의장이었던) 존 베이너나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이나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사실 유일한 차이라면 트럼프는 거리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은 과정에 대해 높이 평가한 대목도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과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제도에 대한 존경 때문이거나 부친으로부터의 가르침 때문이거나 자신의 정권인수 과정에 대한 나쁜 기억 때문이거나 아니면 그냥 기본적인 품위 때문이거나 부시 대통령은 모든 걸 순조롭게 하려고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면서 “때가 되면 후임자에게 똑같이 해주자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썼다.

그러나 후임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서는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대통령으로 일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내가 너무 어리다고 걱정하는 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 직감이 알려준 것인데, 조는 품위 있고 정직하고 충성스럽다는 것”이라며 “그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고 상황이 어려워질 때 나는 그를 믿을 수 있었다. 실망하지 않을 거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출간을 앞둔 회고록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2011년 벌어진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작전을 지지했다고 썼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의 일부를 발췌해 이같이 보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수년 동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반기를 들었다는 논란에 시달려왔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015년 민주당 대선주자 TV토론에서 작전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이 자신과 다른 결정을 내렸다며 이같은 소문이 진실임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선거기간 내내 “바이든의 결정에 달렸다면 빈 라덴은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 5월 1~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실시한 해상 특수부대의 작전”에 대해 언급하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조심스러웠을 뿐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장관과 마찬가지로 바이든은 '실패의 엄청난 결과'를 우려했다”며 “정보 당국이 빈 라덴이 영내에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대통령은 결정을 미뤄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썼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내가 내린 모든 결정에 진심이었다”며 “나는 바이든이 당시 지배적이었던 의견들에서 벗어나 힘든 질문을 기꺼이 꺼낸 것에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게이츠와 마찬가지로 1980년 '데저트 원' 작전 당시 워싱턴에 있었던 인물”이라며 그가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데저트 원은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을 석방하기 위해 1980년 4월 실시했던 작전으로 결국 실패로 끝났다. 작전 수행 중 미군 병사 8명이 헬기 추락으로 목숨을 잃었고,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심각한 손상이 발생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게이츠는 계획이 아무리 철저해도 이런 작전은 크게 잘못될 수 있다며 임무를 실패한다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게이츠와 바이든은 “냉정하고, 충분히 이성적인 평가를 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해상 특수부대의 헬기가 이륙할 때 바이든은 내 어깨에 손을 얹고 ‘축하합니다, 보스’라고 말했다”며 바이든이 작전에 반기를 들었다는 논란은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

한편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사기’ 주장에 동조하는 뜻을 밝힌 일부 공화당원에 대해 “민주주의를 위험한 길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이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길 싫어하기 때문에 선거 사기 주장을 밀어붙이는 것 같다"면서 "더 걱정되는 것은 사안을 더욱 잘 아는 공화당 관계자가 그의 근거 없는 주장에 동조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를 밀어내는 것이다. 그곳은 위험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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