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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삼성발 상속세제 개편 '시동' …세계최고 세율 놔두고 할부기간만 늘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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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기재부, 기재위 조세소위서 상속세 논의 한뜻

최고세율·분할납부 기한 등 상속세 전반 논의 전망

분납기한 확대 유력…홍남기 "세율완화 검토 안해"

이데일리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가운데)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뒤)이 2011년 1월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2011년 신년 하례회’에 참석한 뒤 호텔을 빠져 나가고 있다. 이데일리DB.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이후 11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회와 정부가 상속세 개편 논의에 착수한다.

정부 내에서 상속세 개편 필요성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경제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그는 지난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합리적 상속세 논의가 필요하다’는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현행 상속세제로 인한 극단적 부작용이 있다면 추가적으로 검토할 여지가 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답했다.

기재부는 이후 국회 기재위의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 성실히 일하는 기업가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 등을 포함해 상속세 전반에 대한 합리적 개선을 검토하라’는 예산안 예비심사 보고서 부대의견에 수용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조세소위에서 상속세제 개편에 대한 국회와 정부간 논의가 이뤄지게 된다.

다만 국회와 정부 측 모두 이번 논의에 대해 세율 조정 등의 특정한 방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국회 기재위 소속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단 상속세제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게 될 것”이라며 “세율의 적절성을 포함해 현행 상속세제에 대한 개편 필요성에 대해 논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상속세제가 현실과 부합하는 지 등에 대해 먼저 살펴본 뒤 이후 개편방안을 논의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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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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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실효세율, 세계 최고…경영권 위협”

현행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다. 상속액이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10억4000만원을 납부하고 30억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선 50%를 납부해야 한다. 이 같은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다.

재계에서는 여기에 더해 최대주주 보유주식에 할증 기준을 적용할 경우 최고세율은 60%를 넘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은 의결권이 있는 지분의 과반 이상을 보유한 대기업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하는 경우 10~30%를 할증하는 제도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율은 OECD 국가 중 세 번째였다.

이건희 회장 지분 보유 가치를 18조2251억원으로 평가할 경우 우리나라 상속세는 10조5905억원(실효세율 58.2%)이다. 같은 금액을 상속할 경우 일본은 10조원(55%), 미국 7조2700억원(39.9%), 독일 5조4600억원(30%), 영국 3조6400억원(20%)이다. 이때문에 재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상속세가 경영권 승계를 불확실하게 한다며 최고세율 인하를 강력 요구하고 있다.

상속세의 이중 과세 문제도 제기한다. 소득세가 과세된 세후소득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상속세가 높으면 소득세가 낮든지 그 반대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OECD 내 두번째로 높은 상속세율을 유지하며 소득세 최고세율(14위)마저 계속 올라 세 부담을 높인다는 비판이다.

국회에서도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지난 9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낮추도록 하고 있다. 권 의원은 제안이유를 통해 “전체 세수의 1%대에 불과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고 기업승계를 원활하게 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더 걷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용판 의원이 대표발의안 개정안은 한 발 더 나아가 최고세율을 절반(25%)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최고세율 조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애초 상속세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데다가 현 시점에서의 상속세 최고세율 조정이 자칫 ‘삼성 특혜’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與 내부서 상속세 개편 반대…“감세, 정치적 결정 영역”

여당 내부에서도 상속세 조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 내 진보 진영 목소리를 대변해온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세금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양보할 수 없는 핵심적 질서”라며 “국민은 기업가들이 세금 낼 것은 내고 감당할 것 감당하며 경영권을 유지하고 영향력을 확대하기를 바란다. 각종 꼼수와 특혜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용납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도 “증세나 감세의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기재부 등 일개 부처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도 세율 조정에 대해선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상속세 완화’ 가능성을 묻는 정일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삼성 상속세와 관련해서도 “현행 법적 테두리 내에서 진행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세율이 높다는 지적은 있지만 특별히 별도로 다룰 상황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번 상속세 개편 논의도 결국 세율은 그대로 둔 채 지엽적 부분에 대한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가장 가능성이 크게 거론되는 것은 현재 5년인 분할납부 기한을 확대하는 안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분할납부 기한 연장은 수용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회장의 사례를 들 경우 5년 분납의 경우 매년 2조원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분할납부 기한을 10~15년으로 확대할 경우 연간 납부 금액은 7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 김용판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도 분할납부 기한을 10년으로 연장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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